민자,표류정국 탈출 물꼬트기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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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의원선거구 조정/정당추천제 검토/민생문제 등 거론/야 복귀 “손짓”/“정국정지” …평민당에 명분제공/곧 협상시작 9월말 고비될듯
민자당이 평민당의 국회복귀를 위한 카드를 하나 둘씩 선보이면서 대야협상채널을 트느라 고심하고 있다.
교착상태인 평민ㆍ민주당의 야권통합문제가 결판이 날때까지 협상재개의 정식제의는 자제하겠지만 9월10일 정기국회 개회가 다가오면서 정국정상화 분위기를 잡기위해 민생문제에서 선거법협상까지 갖가지 방안을 들고 정지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정국대처의 무력증에 대한 여론의 계속된 비판은 물론 수뇌부 인책론이 표면에 등장할 조짐이 보이는 당내사정도 사퇴정국을 더이상 방치하기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29일 최고의결기구인 당무회의에서 국회의원선거법 개정특위를 구성키로 결정한 것은 대 평민협상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민자당이 그동안 사퇴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한 것은 첫째 평민당이 요구하는 내각제의 포기문제,둘째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평민당총재간의 영수회담 개최,셋째 김총재의 일방적 복귀선언을 유도하는 명분제공 등이었다.
이중 내각제의 공개포기는 민자당의 뿌리를 흔드는 것으로 도저히 수용할수 없고 여기에 유혹을 느꼈던 당내 민주계도 내분을 조장하려는 김대중 총재의 고단수 요구로 파악했다.
노대통령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개헌문제가 제기되면(내년에) 그때가서 여야가 협의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간접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노대통령과 김총재간의 영수회담은 자칫 「밀약시비」를 일으켜 야권통합의 한쪽인 민주당으로부터 김총재가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고,민자당쪽에도 미묘한 파장을 던질 것으로 분석됐다. 정국정상화 이전의 영수회담은 정치적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조기총선문제는 오래전부터 일축해온 것이며,지자제문제는 그 자체로 정국정상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결국 김총재가 「명분」을 찾아 독자적인 원내복귀 선언을 할 수 있는 주변여건 마련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27일 노대통령과 김영삼 대표간에 의견이 일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ㆍ직할시ㆍ도의 지방의회선거는 정당공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보이면서 의원들의 첨예한 이해다툼이 걸린 선거법 개정문제를 조기에 제기,분위기를 틀어 잡는다는 것이다.
선거구 조정문제를 제기하자 평민당측은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일단 외면하고 있으나 장외로 돌아선 시선을 원내쪽으로 돌리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민자당은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다 예산ㆍ증시부양책ㆍ물가 등 민생문제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오면 평민당도 민생외면이란 외압에 견디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남북문제,한소간의 예상되는 경제분야협상도 이런 외부압력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
정기국회 개회직후 휴회를 결의하고 단독 국정감사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결정도 평민당의 국정포기란 비판여론이 확산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서경원 전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따른 영광­함평 보궐선거를 추석전(10월3일)에 앞당겨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도 평민당측에 사퇴문제에 조속한 결단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회유 및 압력성 우회적인 공세와 함께 대 평민접촉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9월5일께 의원직 사퇴서 반려를 그 시점으로 삼고 있다.
김동영 원내총무의 경질문제가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건강상 문제가 아닌 명예퇴진쪽으로 방향을 잡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다른 이유는 사퇴정국 반전의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그동안 대야 창구를 대신 맡은 김윤환 정무장관이 『야권통합문제가 매듭져질 때까지 대야협상이 대단히 어렵다』고 말한대로 정식협상에 들어가긴 힘들지만 총무간 공식창구가 두절되고 막후채널만 가동되는 비정상적인 대야협상 창구를 정비할 수 밖에 없다는게 당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당직문제가 정리될 때까지는 박준규 국회의장이 거중조정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의장은 그동안 『평민당이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는 인식을 여야 모두 갖게되면 원내복귀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여야 신뢰회복을 강조,김총재의 위상과 역할을 적극 평가하는 발언을 해왔다.
박의장의 이같은 「평민당과 함께하는 정치」를 강조한 자세는 야당의 원내복귀뿐 아니라 앞으로 개헌등 정치일정문제와도 관련지을 수 있는 요소가 있어 주목을 끌어 왔다.
민자당 수뇌부는 그동안 『국회정상화문제는 국회를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장이 선두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고 박의장의 역할을 인정해 왔고,28일 세 최고위원,강영훈 국무총리와의 모임에서도 박의장의 야당 중진들과의 광범한 접촉을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이 전망하기로 평민당의 원내복귀 시기는 9월말 또는 10월초. 민주당과의 통합협상이 9월 초순 결판나고 그 후유증을 정리하면서 나름의 명분을 다듬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자금이 필요한 추석도 원내복귀를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9월말이 고비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시간이 약이라며 기다려왔던 민자당이 정치정상화를 위해 폭넓은 정치작업을 시작하고 있어 하한정국이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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