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한파로 좁아진 취업문/기업등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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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만명 “대기”… 채용은 6∼7만명선/공산권 관련 언어­첨단산업 전공자는 구인난/대부분 기업들 성적보다 적성ㆍ창의성 비중
중동사태는 하반기 취업을 앞둔 예비 직장인들에게까지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유가인상등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자금사정도 계속 나빠질 것으로 보여 기업마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8년을 고비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작년 하반기와 금년 상반기 신입사원채용규모를 크게 줄여왔던 각 기업들은 이번 하반기에는 뜻하지 않은 사태로 말미암아 사업규모를 재조정하고 선발인원도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년 대졸자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늘어나 올가을 취업전선은 사상 최고의 취업경쟁이 빚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북방특수와 첨단산업붐을 타고 공산권관련 언어학과 출신 및 전자ㆍ기계 등 일부 자연계열학과 졸업생들에 대해서는 기업마다 치열한 유치경쟁에 나서는 등 구직난 속 구인난 현상도 보이고 있다.
취업시즌을 앞두고 업체별 채용규모 및 특징등을 알아본다.
◇채용규모=10대 그룹의 경우 삼성그룹만이 지난해 3천30명에서 올해는 3천2백50명으로 다소 늘려 뽑기로 했을 뿐 나머지 기업들은 아직까지 채용규모를 정하지 못했거나 지난해 수준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1천7백명을 뽑았던 대우그룹은 올해 아예 공개채용을 하지 않을 전망이며 현대ㆍ럭키금성ㆍ한진ㆍ한국화약ㆍ동아그룹등은 내달 이후에야 어느 정도 모집할 것인지 안을 마련할 예정.
이는 사업계획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중동사태로 인해 경기전망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며 『중동과 관련이 큰 업종의 계열사에서 상당수의 채용인원 감축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경ㆍ기아ㆍ미원ㆍ동부그룹등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10∼20%씩 대졸 채용인원이 줄어들 전망이며 쌍용ㆍ롯데ㆍ두산ㆍ한일합섬ㆍ극동정유 등은 지난해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통일ㆍ풍산그룹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규채용을 중단키로 했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광주고속건설 부문과 아시아나항공등의 확장에 힘입어 지난해 1백10명에서 올해는 3백70명으로 모집인원을 크게 늘리기로 했고 극동건설ㆍ한보ㆍ동양시멘트ㆍ효성ㆍ고려합섬등도 10∼20%씩 늘려 뽑기로 하는등 일부 건설ㆍ섬유관련 기업들만은 채용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금융업종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황속 호황을 누리며 제조업체의 좁아진 취업문을 어느정도 커버했었으나 올해는 지난해 수준 또는 그 이하를 계획하고 있어 이 분야의 취업희망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증시가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맞고 있는 증권사들은 지난해의 경우 경쟁적인 점포증설붐속에 대졸 1천7백여명,고졸 3천5백여명씩을 뽑았었으나 올해는 대졸ㆍ고졸을 합쳐 2백∼3백명에 그칠 전망이다.
그나마 대부분 상반기에 채용을 마쳐 하반기에는 5개사만이 소폭을 계획중으로 전체채용규모는 1백명미만이 예상되고 있다.
은행ㆍ보험ㆍ단자사들도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업체별로 소폭 늘리거나 줄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주택공사등이 2백만가구 건설ㆍ신도시건설계획등과 관련,채용규모를 상당폭 늘렸고 한전ㆍ관광공사등도 전문직종 중심으로 늘려 뽑을 계획이어서 지난해보다는 비교적 취업문이 넓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특히 인문계열 출신을 줄이고 자연계열출신을 늘려 뽑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올 대학졸업예정자와 졸업후 미취업대기자를 포함한 취업희망자는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반면 기업ㆍ공공기관등의 채용규모는 6만∼7만명에 그칠 것이 예상돼 평균 4∼5대 1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전형특징=학업성적이나 필기시험성적보다는 적성ㆍ성격등 개인적인 자질을 강조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0대 그룹의 경우 한진ㆍ동아그룹을 제외하고는 모두 필기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으나 나머지 기업들은 서류ㆍ면접등만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각 기업은 특히 면접을 중시,위원들이 삼성은 입사지원자 7∼8명을 한팀으로 묶어 정답없는 주제를 놓고 집단토론을 벌이게 할 계획이며 고려합섬은 주무과장ㆍ중역ㆍ최고경영자등 3단계 면접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두산ㆍ한일합섬등은 면접시 간단한 영어회화테스트를 실시키로 했고 미원그룹은 영어필기시험을 토익형으로 치르기로 하는등 생활영어를 강조하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전형일정은 대부분 11월을 계획중이다.
각 기업 인사관계자들은 바람직한 신입사원의 자질로 ▲미래지향적 창의성 ▲조직원으로서의 협동ㆍ단결심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와 끈기 ▲젊은이다운 패기와 성실성등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양재찬ㆍ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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