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된 진돗개·은주전자 등 전두환씨에 돌려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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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전두환씨 애장품 경매에서 팔렸다가 全씨에게 다시 돌아간 진돗개 한쌍. [중앙포토]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은 요즘도 연희동 집에서 진돗개 한 쌍을 키운다.

지난 2일 48점의 다른 애장품들과 함께 법원에 압류돼 경매물로 빼앗겼던 '송이'(수컷)와 '설이'다. 매물의 절반쯤을 낙찰받았던 고미술상 김홍선(50)씨가 두 애견만 그날 바로 되돌려 줬던 것.

"주인이 정을 듬뿍 쏟은 개까지 가져가는 건 아무래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라고 金씨는 이유를 얘기했다. 그 며칠 뒤 金씨는 全씨의 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진돗개가 팔려가는 걸 손자들이 안타까워했는데 뜻밖에 되찾게 돼 어른께서 고마워하신다"는 감사의 내용이었다고 한다.

당시 경매에서는 全씨의 대구공고 동문들이 '싹쓸이 작전'을 시도했었음도 뒤늦게 알려졌다. 진돗개를 포함한 물품군(群)을 낙찰받아 全씨에게 돌려주는 각본이었다. "하지만 호가가 7천만원을 넘어가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는 게 全씨 측근의 말이다.

全씨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은 네 사람이 더 있다. 경남 진주에 사는 金모(59)씨 등이다. 이들은 순은주전자.육각삼절판.주발대접 등 가재도구와 커프스 버튼 2점을 돌려줬다. 당시 이들 물품의 감정가 합계는 1백52만원이었지만 최종 낙찰가는 1천2백만원으로 열배 가까이 뛰었다.

이들은 최근 全씨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반야심경(般若心經) 2백60자가 씌어진 서예작품이다. 30×80cm 크기의 한지에 全씨가 직접 붓으로 썼다. 지난 17일 진주까지 내려가 金씨에게 선물을 전달한 全씨의 비서관은 "어르신께서 두 시간 동안 심혈을 들여 완성하셨다"면서 깍듯이 인사했다.

답례를 받고 金씨는 "한 때 대통령이었던 분이 어려운 처지에 처했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돕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全씨의 건강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는 28일 "혹시 全전대통령과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양화.피아노.컴퓨터.골프채 등 그날 경매에서 팔려간 나머지 물건들은 아직 낙찰자들이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자기 다섯점을 2천5백만원에 산 韓모(41)씨는 "아직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지만 값을 많이 쳐주면 언제든 팔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화 다섯점을 1천5백만원에 산 張모(51)씨는 "내가 낙찰받은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연락이 없다"면서 "조금만 올려 받으면 인건비도 안나올 텐데…"라고 말해 은근히 비싼 값을 기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윤창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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