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씨름「스모」유래·경기방식을 알아보면|기술보다 몸무게 더 나갈수록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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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통상「스모」라고 부르는 일본의 프로씨름 오스모가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에서도 선보일 전망이다.
점차 확대되어가는 한·일간 문화개방이라는 시류에 편승, 스포츠 교류라는 명목으로 일본 스모계가 대한 씨름협회를 창구로 끊임없이 한국 진출을 모색해오고 있고 최근 위성 통신 안테나의 보급으로 국내에도 이를 꽤 즐기는 팬(?)이 있는 것 같다.
또 지난달 한국출신의 남산(한국명 채수형·19)이 신인급 우승을 차지, 스모도 점차 우리의 관심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얼핏 우리씨름과 일본의 국기인 스모는 아주 다른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같은 원류에서 비롯됐음을 증명하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스모의 옛 형태인 가마쿠라(1185∼1333년) 시대의 목각 씨름인형(비파호 문화관) 이 보여주듯 이것은 한국의 띠씨름에서 유래된 것이며 한국에선 띠씨름이 사라졌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오키나와지역에서 성행하고있다.
일본은 이와 같이 한반도에서 전래된 스포츠를 자신들의 국기로 발전시키고자 수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 그들 특유의 각종 의식을 도입했고 프로경기임을 감안해 승부조작이나 1인 독주를 어렵게 하는 치밀한 경기방식을 고안, 채택했다.
씨름장에 오르기 전 물을 한 모금 마셔 몸과·마음을 깨끗이 하고 잡신을 몰아내기 위해 소금을 뿌리는 일, 겨루기 직전 4분 동안 좌우 발굴림의 몸풀이 동작을 엄숙한 의식으로 만든 것 등이 좋은 예다.
경기방식은 족보(랭킹)에 오른 8백18명의 선수를 우선 동·서군으로 나눈 다음 체급을 무시하고 비슷한 등급의 선수끼리 그룹으로 묶어 리그전을 치른 후 승패수로 성적을 매긴다.
등급은 최정상인 요코즈나에서 조노쿠치까지 10그룹으로 나뉘며(별표참조) 제6등급인 주료까지를 세키토리라 해서 말하자면 메이저리그 선수로 쳐준다.
선수들에게 있어 세키토리가 되느냐 마느냐는 하늘과 땅차이.
전국 42개 헤야에 소속된 선수들은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서 성장하게 되는데 세키토리가 되기 전까지는 한겨울에도 하오리는 커녕 양말도 신을 수 없는 수도승과 같은 고행을 감내해야만 한다.
7, 8등급인 마쿠시타와 산단메가 되어야 화장실에 숨어 비공식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을 정도인데 만약 이를 어기면 호랑이 같은 선배 5명에게 직경이 4.66m인 스모 경기장으로 끌려 올라가 파김치가 되도록 꼬나메치는 소위「돌림빵」이라는 기합을 받고 입안에 모래와 소금을 쑤셔 넣는 체형까지 받는게 불문율로 되어있다.
또 세키토리가 되면 식사준비에서부터 빨래, 심지어 양말 신는 일까지를 모두 후배들로부터 시중 받게 되는 특권을 누리는데 이들에게는 헤야에 처음 들어온 입문생인 화장(15∼17세에 입문해 정식 선수가 되기까지 거치는 과정으로 5∼6년간 요리·청소·빨래·훈련준비 등을 도맡는다)이나 후배들을 정식 훈련받도록 추천해주는 권리가 있어 선배들의 눈밖에 나면 스모 선수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밖에 TV로 중계되는 15일간의 정식경기에 출전할 수 있으며 세키토리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은 7일간씩 열리는 2군 경기를 벌인다.
세키토리가 되면 이같은 대접을 받는 반면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게 된다.
세키와케의 경우 한 시즌에서만 패해도 가차없이 등급이 낮춰지고 오제키는 3연승을 따내야만 타이틀을 지킬 수 있으며 요코즈나는 3연승을 지키지 못하면 은퇴해야만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1승이란 세키토리에게는 8승7패 이상, 그 이하급에서는 4승3패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예전(대략 1950년 이전)엔 스모에서도 기술위주의 경기양상을 보였으나 현행 경기의 주류를 이루는 밀어내기나 들어내기, 또는 쳐내기(주먹은 안된다) 에서는 체중이 무거울수록 유리, 오늘날처럼 거대한 선수들을 만들어냈다.
89년 마쿠우치까지의 평균체중은 1백48.74㎏이라는 통계가 나와있다.
선수들은 체중을 늘리기 위해 하루에 한끼씩 반드시「찬코나베」라는 특수음식을 먹는데 쇠고기·닭고기· 돼지고기·달걀노른자 등을 맷돌에 간 다음 튀겨서 다시 조미한 오뎅국 비슷한 것으로 앉은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할 만큼 먹고 곧바로 3시간정도 낮잠을 잔다.
훈련이 너무나 혹독해서 위 속에 음식이 남아있으면 모두 토하게되기 때문이다.
주 수입원은 등급별 기본급에 승률에 따라 누진 계산되는 상금과 후원금 등인데 경기시작 전 즉석에서 모금되는 백색봉투(5만엔)가 많을 땐 20여개에 달하기도 한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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