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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미 대사관 첫 대좌에 관심|전민련·전대협과 곧 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그 동안 대립의 양끝에 서있던 한국의 재야세력과 주한 미 대사관 당국이 조만간 사상 처음으로 토론회를 가질 것으로 전망돼 주목되고 있다.
전민련과 전대협이 제안한 한미문제 토론회를 미 대사관 측이 수용,『9월15일에서 10월15일 사이에 갖자』고 해 양측은 구체적인 실무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재야는 토론회의 공개를, 미 측은 비공개를 주장해 이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으나 재야는 사후 공개의 절충형식도 고려하고있어 성사전망은 대단히 밝다.
토론회 협의에 이르기까지 양측은 지난 5월부터 열띤 서신 공방전을 펼쳐왔다.
5월23일 전민련은「미 국무장관 앞」서신을 통해 ▲광주학살과 관련된 미측 책임의 시인과 사과 ▲민자당 독재에 대한 지원중단 ▲핵무기 철거 등을 요구했다.
같은 달 31일 그레그 주한 미 대사는 답신을 통해 이를 일축했다. 광주문제에 대해선 국회 광주특위에 대한 미 정부의 답변서로 대신했다.
그레그 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당신들은) 어떤 가공적인「외국악마」를 만들어 놓고있다』고 반박했다.
전민련은 6월12일 2차 서신을 통해 미 정부의 대 한국 국회 답변서를『논리에 맞지 않는 변명』이라고 규정하고『미 측이 이렇듯 변명과 궤변만 계속한다면 우리는 귀측의 표현대로 미국을「실존하는 악마」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미 측이 2차 서신에 대해 무 응답을 보이자 전민련은 7월25일 전대협과 공동으로『8월7일 공개토론회를 갖자』고 재차 제의했고 ▲미 측의 광주문제책임 ▲미 측의 공작정치·내정간섭 ▲주한미군 철수 등 한반도평화·통일 문제 ▲수입개방 압력 ▲용산 기지 이전비용 부담 등 5개항의 의제를 제시했다.
그레그 대사는 8월14일 답신을 보내『본인을 포함한 대사관측 3명, 전민련·전대협 측 3명, 그리고 한미 관계에 정통한 한국인 전문가 3명 등 9명이 참가하는 원탁토론회를 갖자』 고 수정제의 했다.
그레그 대사는 그러나「상호간의 대화와 이해를 위해」비공개를 요구했다.
전민련은 공개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사후공개 등 절충안도 고려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미재야에 대한 미 측의 접근에는 그레그 대사의 상황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반미감정의 해소를 위해선 광주문제에 대한 일반적인「한국인의 오해」(그의 표현)를 푸는게 선결과제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그래서 그는 1월초 2박3일의 광주행을 감행했었다.
전계량 5·18 유족회장 등 핵심 재야권과의 대화는 재야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50명이 넘는 언론계·학계인사, 대학생을 만났다.
그레그 대사는「화해」를 강조하면서도『80년 5월 광주비극에 미국은 전혀 책임이 없다』 는 기존의 선을 고수했다.
그레그 대사는 그러나 6월 국내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광주방문에서「사죄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달라졌다. 즉「미국은 사태 후 침묵을 지킨 것에 대해 사죄해야한다」는 것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미 대사관 정치과의 골드스타인 1등 서기관은 접촉의 배경에 대해『재야 측의 대화제의에 적극적으로 응한다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정책이었으며 토론회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전민련은 미 측의 적극성을「변화」또는「정치선전」의 양 시각으로 보고있다.
소준섭 부대변인은『정치 제스처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변화』라며『대화의 내용이 얼마나 진실한 것인가가 문제』라고 밝혔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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