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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장군께 충성을 맹세한다 주적론·국보법 철폐를 펼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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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1세기 영도자 김정일 장군께 우리 청년 전사들은 만수무강을 축원하고 충성을 맹세한다. 위대한 영도자의 역사를 빛내기 위해 북한식 사회주의 노선을 추종하며 주적론 및 국가보안법 철폐를 지속적으로 펴나가겠다…."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진강(43)씨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문건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씨가 북측에 보낸 '충성 서약문'의 요지라고 밝혔다.

이씨는 2002년 1월에는 이 문건을 참조해 A4용지에 자필로 '새해 인사 미군기지 반대…'라는 제목의 '충성 결의문' 초안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초안은 '21세기 태양이신 김정일 장군께 충성의 새해 인사를 드린다'면서 '충직하게 전선을 만들고 장군님의 혁명적 군인됨을 맹세한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 초안도 차 트렁크에서 발견됐다.

이씨는 고려대 82학번으로 학회와 학생회 등에서 학생 운동을 해온 경력이 있다. 이후 IT업계에 종사하면서 '고정간첩' 장민호(44.구속)씨를 알게 된 후 장씨의 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현재는 홈쇼핑 회사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등은 이씨가 장씨의 제의를 받고 일심회에 가입한 뒤 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조직원 구축 지령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공안 당국의 조사에서 충성 결의문에 대해 "사회과학을 공부해 북한에 관한 자료는 종종 보는 편이지만 (문건이) 왜 내 차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자료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또 장민호씨가 북한에 보낸 보고 문건에서 '이진강이 조직원으로 묶어 세울 것을 결의했다'고 밝힌 시민단체 간부 김모씨와 관련해서는 "김씨와는 청년단체에서 활동할 때부터 만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장씨가 왜 그런 걸 만들어 북에 보고했는지 황당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현 기자

◆ 이진강씨는=지하 학생운동 단체인 고려대 애국학생회 출신인 이진강씨는 1986년 건국대 농성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장민호씨가 운영한 IT 관련 회사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한 뒤 지금도 장씨가 운영하는 홈쇼핑 관련 업체서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시민단체의 동향 보고와 관련, 인사 포섭 임무를 맡은 것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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