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금철 조평통 부위장 단독인터뷰/이찬삼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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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방바람 불어도 사회주의 고수”/미국과 「영원한 숙적관계」안되겠다/남북정상회담 첨예한 대립상황선 힘들어/남한신문과 첫 회견은 북한의 변화 의미
전금철­. 지난 70년대초부터 남북대화의 북측 관계자로 등장한 후 현재는 대남전략 및 대화분야에서 북한의 최고실무책임자로 활약하고 있는 남한통.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ㆍ통일문제연구소장ㆍ사회과학원부원장ㆍ최고인민회의대의원 등을 겸하고 있는 그의 현직책만 봐도 북에서의 그의 위치를 알만하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ㆍ박식ㆍ달변 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간계산기」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범민족대회 북측 부위원장으로서 지난번 대회를 사실상 주도한 그를 만났다. 23일 오후 4시부터 평양 고려호텔 귀빈실에서 이루어진 북한의 고위관리와 남한기자간의 첫공식회견은 2시간10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전은 남북총리회담의 전망,소련 및 동유럽의 변화에 대한 북한의 대응,북한의 통일정책,남한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북측 시각등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그는 회견에 앞서 자신과 남한의 대표적인 일간지 중앙일보기자와의 인터뷰 자체가 분단이후 처음있는 「하나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1문1답 요지.
­먼저 자신부터 소개해 달라.
『이번에 나에 대한 보도가 남조선신문에 많이 났는데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우선 내이름을 「전금철」이라고 했는데 「금」이 아니고 「금」이다. 고향도 무산이 아니고 청진부근이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박사학위를 받았고 한때 강단에도 섰다. 사회에 나와선 평화통일문제 일꾼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55세이며 가족은 소아과 의사인 처(임정숙ㆍ48)와 2남1녀가 있다.』
­미국과의 접촉이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북한­미국관계의 개선 전망은.
『사실이다. 우리의 입장은 미국을 영원한 숙적관계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 명문화는 하자는 담판에 그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남침위협을 이유로 내세우는 모양인데 우리는 남침의사도,능력도 없다. 힘이 약한 사람이 어떻게 강한 사람을 덮칠 수 있나. 군사전략상 공격을 하자면 3배의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의 목표는 평화통일이다. 충돌을 피한 상태에서 통일하자는 것이다. 대미 관계는 진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동구권의 잇단 개방ㆍ개혁을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우리는 꾸준히 개혁ㆍ개방을 하고 있다. 그런데 동구권과는 그 개념이 다르다. 「계속전진ㆍ계속혁신ㆍ계속혁명」노선이 우리의 방침이다.
동구권의 변화는 사회주의로부터의 후퇴인 것 같다. 우리의 정책은 사회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철저히 자주성을 견지하자는 뜻이다. 대국에서의 노선이나 정책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른데서 무엇이 일어났다고 우리에게서도 일어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도역량의 계속을 바탕으로한 우리식 사회주의를 우리는 추구한다.』
­북한과 동맹관계인 소련이 한국과 수교하는 문제를 어떻게 보나.
『결코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 남북이 대화하자면 그런 놀음은 말아야 한다. 대화에는 불성실하면서 소위 「북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우회적 편법을 써서 포위하자는 책략은 곧 우리에 대한 도전이다.
남과 소련의 수교는 자주적 통일을 포기하자는 얘기밖에 안된다. 아무튼 두고보자.』
­북의 대남정책은 외교관계인가,아니면 정책의 대상물로서 「남조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외교관계라 할 수 없다. 민족의 동질성을 찾기 위한 대상일 뿐이다.』
­동질성을 찾기 위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호불신이 깊지 않은가. 신뢰구축이 절실한 이때 그 해소방법이 있다면.
『불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요인과 근원을 찾아 제거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남쪽은 첫째 비정치적 교류 즉 문화ㆍ경제교류 등을,둘째 군사적 문제해결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이 신뢰회복의 한 방도임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불신의 근원은 호상 침략에 관한 우려때문에 군비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서 신뢰구축이 될 수 있는가.
문제는 군축이다. 군축과 교류협력을 병진해야 한다. 또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한다. 동족 전체를 적으로 만드는 법을 두고 화해하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러나 그같은 상황이 생긴 것은 북이 과거 남침을 했기 때문에 결과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군축문제가 잘 안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가 된다. 대화 이전의 논리로서는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대화라는게 시작되고 대화시대에 들어서서 통일하자는 이 마당에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과거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는 뜻인가.
『그렇다. 대화로 통일하자고 하면서 실정법을 들어 우리쪽에 왔다간 사람을 감옥에 넣고…. 통일을 위한 대화를 하자면서 공산주의자를 반대하는 법을 가지고 대화하자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며 아무것도 얻을게 없다.』
­북침을 정말로 우려하고 있나.
『그렇다. 팀스피리트를 보라.
세계 최대규모로 우리를 적으로 가상하고 있다. 훈련을 서해쪽에서 돌아나가 한다지만 방향만 바꾸면 대상은 평양이다. 우리 인민들은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느낄 정도다.』
­3당합당과 김영삼씨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인 견해지만 실책이다. 들어가서 민주화하겠다는데 소박하고순진한 생각이다.』
­노대통령이 제의한 남북정상회담은 실현가능성이 있는가.
『첨예화된 대결상태 아래에서는 의미가 없다. 이번에 열리는 정치ㆍ군사고위회담,즉 총리회담에서 무언가 성숙되어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오히려 더 쉽게 풀릴 수도 있지 않은가.
『선결사항이 충족돼야 한다.』
­남한의 경제성장과 군사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자꾸 어려운 질문만 계속하는 것 같다. 그 문제도 성장했다는 소리는 듣고 있다. (그러나) 생활수준을 결정짓는 질적 지표에서는 별차이가 없다고 본다. 매판재벌만 혜택을 보고 성장하는 것 아닌가.
우리 군사력은 남한보다 아래다. 군사력을 누가 재판(판정)할 수 있나. 전자계산기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 군사력이다.』
­북의 핵개발 보도가 있었는데….
『절대로 사실무근이다. 반핵이 우리의 기본입장인데 우리가 핵을 가지면 불바다가 된다. 또한 그럴 능력도 없다.』
­오는 9월4일로 예정된 고위급회담,즉 총리회담이 어느정도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보나.
『서방과 일본언론들은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과거와 같은 대화자세와 입장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비관적이다. 남측의 양면정책이 고수되면 말이다.』
­총리회담때 내놓을 특별한 사안이 있는가.
『이미 천명했다. 정치ㆍ군사적 대결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기본정책이다.
남측이 예비접촉에서 교류ㆍ협력문제를 추가했지만 그러나 기본은 군사ㆍ정치문제다. 실질적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북경 아시안 게임에 북한이 불참할 것이라는 설이 있다.
『어디서 나온 얘긴지 모르나 터무니없는 말이다.』
­끝으로 한국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에 이찬삼선생을 접하면서 중앙일보에 대해서도 연구중이다.
한가지 말할 것은 민족분열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중앙일보의 모든 독자들도 참가하기를 바란다.
남조선 기자들이 자유언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이선생이 보낸 범민족대회기사도 평양에서 일부 보았다.
남조선의 일간지 간부기자에게 처음으로 공식취재가 허용된 것인데 이것도 남북문제 가운데 급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약 2시간10분동안 계속된 회견에서 전은 시종 자신에 찬 표정이었다.
어떤 질문에도 주저없는 달변으로 답했으며 남북한문제에서 특히 자신감있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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