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진화하는 스포츠 마케팅…X-게임·크리켓 대회 뒤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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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액션 스포츠 챔피언십' 행사가 29일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 댈러스 리유니언 경기장에서 열렸다. 스턴트 자전거를 탄 선수가 공중에서 묘기를 보이고 있다. 경기장 곳곳에 LG 브랜드가 보인다.

29일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 댈러스 리유니언 경기장. LG전자가 후원하는 'LG 액션 스포츠 챔피언십'에 1만5000여 명이 몰렸다. 토니 호크(스케이트 보드)와 매트 호프만(BMX:스턴트 자전거) 등 익스트림 스포츠계 우상들이 'LG CHOCOLATE(초콜릿폰)'이 새겨진 무대 중앙에서 공중제비를 돌자 팬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날 행사는 23개국 정상급 프로선수 170여 명이 참가해 BMX.스케이트보드.어그레시브 인라인의 종목별 최강자를 가리는 자리. 경기 주요 장면은 미국 등 세계 180여개 국에 방송된다. 경기장 곳곳에 붙은 LG 브랜드가 방송에 노출되는 시간은 전체 방송의 60%에 달한다. 한국 기업의 해외 스포츠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올림픽.월드컵 후원에 그치지 않고 익스트림.e-스포츠 등 특정 세대 특정 지역의 선호 종목을 노린 마케팅도 한창이다.

◆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효자=한국 기업 중 익스트림 스포츠에 가장 먼저 눈 뜬 곳은 LG전자다. 2000년대 초 LG는 북미시장에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고심했다. 전자제품을 수출한 지 오래지만 '골드스타(GOLD STAR)' '제니스(ZENITH)' 상표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때 채택한 것이 익스트림 스포츠 후원. 1억 명 이상의 익스트림 팬 중 북미와 유럽의 10~30대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휴대전화 등 주력 상품의 성격은 '도전'과 '첨단'이라는 이미지와도 궁합이 잘 맞았다.

LG전자 휴대전화사업본부 조준호 북미주법인장은 "후원을 시작한 2003년 이후 LG 액션 스포츠는 세계 4대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성장했다"며 "북미.유럽의 젊은이들에게 자연스럽게 LG 이미지를 심었다"고 말했다. 7월부터 북미에서 판매된 LG전자 초콜릿폰은 이런 마케팅에 힘입어 3개월 만에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시청율이 높은데다 중계권료가 정통 인기 스포츠에 비해 저렴해 방송사들은 익스트림 방영을 선호한다. 기업이 부담하는 금액도 저렴한 편이다.

◆ e-스포츠 마케팅도 활발=스타크래프트 등 e스포츠에서 한국이 종주국 대접을 받다보니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기업도 많다. 이달 중순 이탈리아 몬자에서 여섯번째로 열린 세계 게임대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는 첫 대회부터 삼성전자의 후원을 받았다. 삼성의 해외법인들은 이 대회의 지역예선과 각국 대표선발전 진행에 참여해 활발한 마케팅을 벌였다. CJ도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월드e-스포츠게임즈(WEG)2005'를 후원했다. 국내 리그 게임단 역시 국제적 관심을 받는다. 스타크래프트 스타인 이윤열 선수가 소속된 팬택 EX프로게임단은 올 7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브라트에 보도된 데 이어 이달엔 홍콩의 10여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댈러스(미국)=천인성 기자

◆ 액션 스포츠=익스트림 스포츠(Xtreme Sports) 또는 엑스 게임(X-Game)으로도 불린다.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가지 묘기를 펼치는 레저 스포츠를 통칭하는 말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전세계 신세대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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