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수도권의 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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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찌예로부터 길지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말한다. 길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면 땅값과 집값이 오르기 마련, 은평 뉴타운 지역과 송파 신도시가 새롭게 떠오르는 수도권의 길지다.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길지 한남동, 성북동, 마포 대흥동

마을 뒤로 산이 있고 앞으로 내가 흐르며 동네가 포근한 땅에 안겨 있는 배산임수 지역은 예나 지금이나 명당으로 꼽힌다. 풍수는 자연과의 조화이다. 자연의 힘을 거스를 능력이 없으니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기 위해 좋은 풍수를 따진 것이다.

지형적으로는 남쪽이 약간 낮게 열려 있으면서 동쪽보다는 서쪽이 높은 지세가 길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남산을 뒤로하고 남으로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남동이야말로 길지라 할 수 있다. 현재 단국대 터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당장 달려가서 분양 신청할 것. 한남동과 함께 강북 최고의 부촌인 성북동도 두말할 것 없이 길지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곳이 바로 마포구 대흥동 지역이다. 한강을 멀리 내려다보며 비스듬히 경사를 이룬 이 지역이야말로 풍수지리적으로 저평가된 알짜배기 땅이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분양 시기를 체크해둘 필요가 있다.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한강 조망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정도다.

하지만 풍수적으로 이는 결코 길지라 할 수 없다. 우선 길지의 조건으로 꼽는 배산임수의 물은 한강 같은 거대한 양의 물이 아니다. 고작해야 시골 마을의 조그마한 내 정도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물을 넌지시 내려다보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물에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좋은 기운이 아니다. 해가 지는 서쪽은 인생의 덧없음과 소멸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한강변에 사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물의 흐름이 풍수에 영향을 미친다

옥수동과 압구정동의 차이는 바로 물의 흐름 때문. 물의 흐름은 주거지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여름 집중호우에 수해를 입은 지역만 봐도 그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풍수에서는 물보다 높은 쪽, 즉 물을 내려다보면서 경사를 이룬 택지를 길지라 여긴다. 또한 물이 흘러가면서 치받는 쪽은 흉지, 물의 흐름이 완만한 안쪽을 길지라고 말한다.

S자 형태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한강을 예로 들어보자. 원심력을 유념하고 지도를 펼쳐보면 이해하기 쉽다. 팔당댐에서 흘러내린 물은 잠실 쪽을 향해 물살이 거세진다. 그리고 옥수동 방면으로 물이 치받는다. 이런 지형은 제방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홍수가 나면 범람하기 쉬운 지형이다. 물론 저지대가 아닌 경우에야 피해는 없을지라도 풍수학에서는 좋은 땅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압구정동과 청담동은 물길의 안쪽이라 물살이 밖으로 흘러나가는 형태지 안으로 몰려들지 않는다. 용산의 이촌동도 마찬가지다. 물살에 땅이 침식되는 것이 아니라 퇴적 작용이 이뤄져 지형이 안정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통, 상권 발달한 신도시로 좋은 기운이 모여든다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은 ‘지리, 생리, 인심, 산수 이렇게 네 가지를 갖춘 곳’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곳으로 보았다. 이 중 지리는 앞서 말한 전통적인 의미의 풍수지리를 말한다. 하지만 도시가 현대화되면서 이보다는 ‘생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생리는 지리 조건보다는 경제 요건을 반영한 것으로 기름진 땅이나 교통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재해석하면 상권이 발달하고 지하철 등 교통이 편리한 곳이 길지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지리’의 개념으로는 서울 강북 지역에 대부분의 길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강남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상권이 형성되고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길지의 기운도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간 셈. 대규모 신도시 아파트, 뉴타운 예정지 등이 바로 생리 관점에서 명당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서울의 은평 뉴타운과 송파 신도시이다. 은평 지역은 전원주택형 아파트로 각광받을 것이다.

북한산을 앞뒤로 두고 있어 풍취가 뛰어나고 공기가 쾌적할 뿐 아니라 서울과 일산을 잇는 중간 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지리적인 이점도 최적이다.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서 지하철이나 도로 확장 등 교통 편리성만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현대판 명당이 될 것이다. 송파 신도시 역시 강남 지역을 대체할 만한 환경을 갖춰 사람들이 선호하는 길지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로 유비쿼터스 시설을 갖추게 될 경기도 파주의 운정지구 역시 편의성을 극대화한 길지라 할 수 있다. 서울의 연희동은 풍수적으로 참 괜찮은 명당이다. 산맥의 줄기가 안온하게 이어지고 정기가 서려 있어서 좋은 땅임에는 틀림없지만 지하철이 지나지 않고 교통이 불편할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들로 인해 기가 트이지 못해 사람들이 점차 자리를 떠나고 있으니 풍수는 때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팟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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