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손자 손녀에게 선물하는 삶의 나침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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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년 후에 보아라
김동익 지음, 기파랑, 240쪽, 9000원

남들이 손자손녀를 본 뒤 예쁘다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을 보면서 "나는 나중에 절대로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들의 사랑이 어쩐지 호들갑으로만 느껴졌던 탓이다. 하지만 자신의 손자손녀들이 태어나 돌을 지나 말을 하게 되면서 할아버지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아이들은 어느새 그의 마음 속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돼버렸다.

이 책은 그런 "1만 캐럿이 넘는 보석 같은"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남기는 세상 이야기다. 지금부터 20년 후에, 지금보다 훨씬 혼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상에서 삶의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는 지침을 자전 에세이 형식으로 들려준다.

할아버지가 택한 글감은 다양하다. 핵과 세대차이, 보수와 진보, 정보화 시대 등 시사적인 것부터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법, 현명한 여성이 되는 법, 결혼과 연애 문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20년이 흐른 뒤 성장한 아이들이 봤을 때 다소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할 법한 대목도 있다. 그러나 남의 직업을 존중해라, 악연은 악연대로 받아들이고 좋은 인연에 정성을 쏟아라, 미적 감각은 평상시 연마를 통해 갖춰진다 등 삶을 대하는 바른 자세, 바른 마음가짐을 일관되게 강조한 할아버지의 진심은 빛바래지 않을 것 같다.

지은이는 김동익 용인 송담대 학장. 중앙일보 편집국장.주필.대표를 역임하고 김영삼 정부 시절 정무 제1장관을 지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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