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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은 짧고 인민은 길다"|북한서 유행하는 갖가지 은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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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극도로 통제된 사회일수록 정상적인 언로가 차단돼 각종 유언비어나 은어가 만연되게 마련이다. 북한 사회도 그 예외가 아니다.
김일성 유일 체제 아래에서 45년을 시달려온 북한 사회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이같은 은어가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 넘어온 귀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은어의 사용은 소수의 소외된 집단에서만 은밀히 사용됐지만 80년10월 6차 당 대회 이후부터는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야별로 통용되고 있는 각종 은어를 통해 북한 사회의 뒷면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당·이념에 대한 것>
▲귀족 학교=평양 만경대에 있는 혁명 유자녀 학원을 지칭 「특권층」을 북한 사회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꿈은 깨어지고=북송된 재일 교포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한탄조로 유행시킨 말로 북한 사회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까투리 새끼들=김일성의 핵심 측근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김정일 및 3대 혁명소조도 포함시켜 사용.
▲개똥모자=레닌모를 쓴 당 간부들을 지칭한 말로 이들이 다니는 대학은 「아궁이」라고 부른다.
▲주먹치기=높은 사람을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체 설치는 열성 당원을 일컫는 말.
▲보약=박수를 많이 쳐야 출세한다는데서 나온 것으로 박수를 비꼬는 말.
▲푸줏간=사찰 기관. 이 기관의 정보 요원은 「독거미」라고 부른다.
▲도깨비군관=성분이 좋아 1년에도 몇계급씩 승진하는 정치군관을 빗대는 말.
▲개꼬리표=당원들이 목에 걸고 다니는 당원증. 당 간부는 「빠닥새」라고 비꼰다.

<김일성에 관한 것>
▲수령은 짧고 인민은 영원하다=김일성의 목숨은 유한해도 북한 인민은 영원하다는 뜻으로 대학생 사이에서 유행.
▲번지 없는 주막=김일성의 궁전은 번지가 없다는데서 유래.
▲헛다리 간부=김일성과 김정일 외에는 언제 숙정 당할지 모른다는 뜻에서 허깨비 당 간부들을 지칭.
▲백두산 줄기=핵심 계층이나 김일성의 친·인척을 지칭. 이와 반대로 비당원 주민은 「깜박이는 촛불」이라며 스스로를 비하.

<생활고에 관련된 것>
▲3백g벌었다=아이를 낳으면 3백g의 식량 배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산모에게 하는 축하 인사. 관련 은어로는 3백g 인생 (신생아 및 노인을 지칭), 3백g짜리 (시집오는 신부의 몫) 등이 있다.
▲돈수대근탕=건데기 없는 돼지고기 국물에 무만 띄운국.
▲대팻밥고기=명절에만 배급되는 고기가 그나마 대팻밥같이 얇다는 것을 의미.
▲무3형제=군대 용어로 반·찬이 무로 만든 것뿐이라는 의미.
▲냄새 배급=특권층의 결혼식 피로연을 풍자한 말. 특권층은 호화 결혼식에 피로연까지 해 일반 주민은 냄새나 맡는다는 뜻.
▲안면치기=아는 사람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 당 간부 등의 암거래는 뒷구멍 치기라고 한다.
▲철럭 철럭 하러 가자=식사하러 가자는 뜻. 죽을 먹을 때 나는 소리를 통해 죽을 많이 먹는 식생활을 빗댄 것.
▲국수 추렴하자=결혼식 집에 가서 회식하자는 뜻으로 농촌에서 국수 대접을 최고의 회식으로 하고 있는데서 나온 말.

<범죄에 관련된 것>
▲까마귀 울어=인민 재판이나 군중 재판이 있는 날 주민들끼리 서로 소식을 알릴 때 쓰는 말.
▲김바이꾼=소매치기를 의미하는 말로 소매치기를 당하면 「땡바이 당했다」고 한다. 소매치기를 다른 말로 꽃제바꾼이라고도 한다.
▲뚝바이하다=과수원 등에서 사과 등을 몰래 따먹는 행위.
이밖에도 「콩알 먹었다」(사형됐다), 「안마해 주라」 (폭행하라), 「침놓아 주라」 (칼로 질러라), 「빵깐」 (형무소) 등 우리와 비슷한 은어들도 있다.

<남녀 관계에 대한 것>
▲해방 처녀=미혼모.
▲엎어마리=원래는 냉면 곱배기를 의미했으나 성 품행이 문란한 여성을 지칭하는 은어가 됐다.
▲고급 세미나르=주로 인텔리층이 술자리에서 하는 음담패설.
▲늑대=여자를 잘 유인하는 당 비서를 지칭.
▲사람과의 사업=연애나 남녀의 성 관계를 의미.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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