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조약 동독의회 비준에 영향/동독사민당 연정탈퇴와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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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드메지에르 의회 과반의석에도 못미쳐/사민,여론에 밀려 통일일정엔 찬성할듯
드 메지에르 동독총리의 각료 4명 해임으로 시작된 동독의 정치적 위기는 동독사민당(SDP)이 19일 연정을 탈퇴하기로 결정,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이로써 지난 4월12일 출범한 드 메지에르 총리의 동독 대연정은 1백30일만에 끝났다.
동독사민당은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개최한 이날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88명중 69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60,반대 5,기권 4의 압도적 표차로 연정탈퇴를 의결했다.
사민당은 이와 함께 20일 사민당 출신 각료 7명과 차관들도 모두 사직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사민당의 연정탈퇴로 20일부터 재개되는 통일조약(제2국가조약) 협상은 물론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통일조약의 동독의회 비준문제가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통일조약 비준을 위해서는 서독의 연방하원이나 동독의 인민의회 모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드 메지에르 총리는 이제 인민의회에서 과반수인 2백석의 의석도 채 확보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통일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콜총리가 이끄는 서독 기민당은 연방하원이나 인민의회에서 3분의 2 아닌 과반수 찬성만으로 국가조약을 비준할 수 있도록 하는 「1회용 과도기 법률」제정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이날 바이츠제커 서독 대통령이 최종 확정한 12월2일의 양독 합동선거 및 통일일정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동ㆍ서독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사민당이 연정에서 탈퇴는 했지만 『조건만 충족되면 통일조약의 비준에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앞으로도 타협의 여지는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통일 그 자체는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사민당은 통일 후 동독이 「2등 지역」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위한 대대적인 서독의 재정지원 및 동독국민의 제반권리보장 등 조건이 실현되면 연정 탈퇴와는 무관하게 통일조약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수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사민당으로서도 감정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만도 없는게 현실이다.
서독 슈테른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통일에 찬성하는 사람이 동ㆍ서독 통틀어 74%로,특히 동독의 경우 88%가 통일에 찬성했고 단지 7%만이 반대한 사실에서 보듯 통일이 이미 국민적 합의가 됐기 때문에 통일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경우 10월14일 동독 지방선거나 12월2일 양독 합동선거에서 별로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0일 시작되는 통일조약에 관한 마지막 협상과정에서는 사민당측 대표가 불참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민당측 입장이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기초로 드 메지에르 총리는 국가조약 비준을 위한 사민당 설득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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