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바의 가정주부(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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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비스를 원하는 여자손님의 기분을 맞춰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게 뭐가 나쁩니까.』
『특별한 재주도 없고 해서 쉽게 돈을 벌수 있다고해 호스트로 일하게 됐습니다.』
18일 새벽 서울 한남동 무허가 「프레지던트」 호스트바에서 연행된 29명의 「접대부」들은 나름대로 항변을 늘어놓았다.
70여평 크기의 이 업소는 3평짜리 밀실 4개와 가라오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초반인 접대부들은 하나같이 큰키에 늘씬한 몸매,미끈한 얼굴들.
이들은 한달 평균 1백만∼2백만원인 수입에 끌려 이 세계에 모르고 발을 들여놓은 것.
『손님이 들어오면 선수(호스트)들을 선보이고 손님식성(취향)에 따라 상대가 정해집니다.』 이모군(20)은 파트너 선택과정을 거리낌없이 설명했다.
호스트들은 여자손님들에게 술을 따르고 담뱃불을 붙여주는 것은 기본이고 손님요구에 따라 춤과 노래까지 곁들인다.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이들은 30,40대 여성들로부터 10만원정도를 받고 공공연히 하룻밤 노리개 노릇도 하고 있어요.』
조사결과를 귀띔해준 담당형사는 쉽게 돈을 벌고 찰나의 쾌락을 찾는 일부 청소년들이 자신의 육체를 성적으로 상품화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일은 이날 현장에서 붙잡혀온 여자손님 12명중 가정주부가 4명이나 섞여있었다.
『남편과 자식의 뒷바라지만 해온 단조로운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보려고 했는데….』 고개를 떨군 한 가정주부는 일시적인 해방감과 묘한 경험 뒤의 자책과 수치심으로 괴로운 마음을 털어놨다.
최근 호스트바단속 자체에 대한 시비속에서도 심심치 않게 적발되는 사례를 보면서 번져나가는 퇴폐ㆍ쾌락주의의 음지를 밝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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