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정국(정치와 돈:2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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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역구관리… 거금쏟는 기간/수련대회등 최고 5천만원 쓰기도(주간연재)
국회의원들은 여름 임시국회가 끝나면 9월 정기국회때까지 하한기 귀향활동을 벌인다.
이 시기야말로 1년중 가장 활발하고 집중적인 지구당 관리를 하는 기간이라 경비도 숱하게 들어간다. 아마 최소 5백만원에서 최고 5천여만원이 소요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의원들의 추산이다.
야당의원도 귀향활동을 활발히 하긴 하지만 선거때가 아니면 여당처럼 대규모 수련회나 순회보고대회까지 벌이면서 돈을 쓰긴 어렵다. 올여름은 특히 의원직 사퇴서까지 제출해 제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 돈쓰는 홀동은 대폭 축소되었다.
민자당은 임시국회 폐회직후인 7월18일 의원및 원외지구당회의를 갖고 귀향활동지침을 내렸다.
의원과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은 ▲1개 읍ㆍ면ㆍ동별 3백∼5백명단위의 당무협의회 순방개최 ▲대규모 지역구 수련대회실시의 지침과 함께 총재인 노태우대통령으로부터 귀향활동비(속칭 「오리발」)를 지급받았다. 오리발은 지역구의원 5백만원,전국구의원 2백만원으로 이 돈만도 약 9억1천만원이 된다.
8월15일 현재 수련대회를 마친 지구당은 2백8곳중 65곳,귀향보고대회는 1백60여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귀향보고대회는 한 지역구에 보통 10∼30곳인 읍ㆍ면ㆍ동을 순회하면서 그 마을의 당간부ㆍ동어민후계자ㆍ새마을지도자,직능별로는 노조대표등까지 수백여명씩 모아 위원장이 「국정을 보고」하고 「주민애로사항」을 청취하는데 최소한 다과비ㆍ식사대접비는 들어야 한다.
여기에 가가 마을의 파출소ㆍ지서,말단 당기간조직원 읍ㆍ면ㆍ동협의회장에게 격려금조로 10만∼30만원정도를 주는 게 관례화 돼 있어 순회보고대회에는 1회에 최소 50만∼1백만원이 든다.
지구당의 읍ㆍ면ㆍ동을 평균 15곳으로 잡는다면 보통 7백50만∼1천5백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김동주의원(양산)은 이번 귀향활동에서 12개 읍ㆍ면을 대상으로 하루 2∼3차례식 1주일동안 연인원 9천여명을 상대로 보고대회를 마쳤다. 사무부총장 수준에 맞춰 협의회장 12명에게 각각 50만원,1천원짜리 선물 1만개를 준비해 비교적 많은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의원 주머니에서 순수하게 나간돈만 2천만원이라고 한다.
다른 비용으로 나간 2천만∼3천만원의 경비는 지역 후원자들로부터 염출했다.
자금줄이 넉넉한 다른 의원들은 순회보고대회만 4천만∼5천만원을 쓴다고 한다.
지역구 사정이 탄탄한 것으로 소문난 이종찬의원(종로)은 하한기 귀향보고대회를 따로 갖지 않고 매달 3∼4차례씩 사랑방 좌담회를 갖는다고 한다. 20∼40명씩으로 사랑방 좌담회를 하고나면 집주인에게 4만원상당의 코피세트를 선물한다.
이의원은 보고대회를 안갖는 대신 9월7일 지구당 기간당원 7백여명을 서울근교 일영의 대형음식점으로 불러 수련대회(단합대회)를 계최할 예정인데 전체예산 1천5백만원중 일부를 참가당원들로부터 회비(1만원)를 받아 충당한다고 설명한다.
이의원은 『꼭 경제적 운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비를 받음으로써 당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된다』고 회비징수의 효율성을 설명했다.
김의원이 순회보고대회만을,이의원이 수련대회만을 하는 경우인데 비해 대부분의 의원은 보고대회와 수련대회를 같이 실시한다.
특히 민주계 의원들은 야당시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대규모 수련대회를 보통 1박2일로 갖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하철의원(안양을ㆍ민주계)은 10일부터 이틀간 남이섬 유원지에서 관리장(리ㆍ통책)급이상 6백명을 불러 수련대회를 가졌는데 1인 숙식비 9천원,가전제품등 장기자랑상품 2백만원,T셔츠및 타월 1인당 8천원,과일 1백상자,쇠고기 2백50근,소주 25상자,맥주ㆍ간식비,관광버스 대절비 등 약 2천만원을 썼다.
신의원은 8월중 결성한 후원회로부터 비용의 반정도를 지원받아 여당의원으로서의 「힘」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인제의원(안양갑ㆍ민주계)도 오는 25일부터 1박2일로 속리산 화양계곡에서 수련대회를 한다.
18일 대천해수욕장 솔밭에서 개최한 부여(김종필),대천­보령(김용환),홍성­청양(조부영)의 3개 지구당 연합수련대회는 공화계의 친목을 도모하고 「대량생산의 규모 경제」까지 고려한 이색적 귀향활동.
1천여명이 참석한 대회는 컬러TV등 상품 1백32만원,타월 3천원짜리 2천장(6백만원),3천5백원짜리 도시락 1천5백개(5백25만원),소주ㆍ맥주 각각 7백50병등 1백60만원,여흥사회자ㆍ가수(4명)ㆍ밴드(4인조) 비용 4백50만원등 2천79만원이 계상됐다.
이중 가수출연료는 김최고위원이,기념타월은 김의원이 지불했고 나머지 비용은 참석인원비율로 각지구당이 2백만∼4백만원정도 썼다.
김의원과 조의원은 물론 수련회와 별도 순회지역구활동을 펼쳤으며,특히 조의원은 따로 청년당원 4백여명을 당중앙정치교육원으로 불러 1박2일 합숙훈련을 해 실비로 1인당 1만원정도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회장 정몽준의원(울산동)은 아예 건설장비를 동원,주전해수욕장을 지난 88년에 인공조성해 지역주민에게 제공하고 특히 수련대회를 해마다 이곳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2천5백여명의 대규모 당원ㆍ주민을 초청해 하룻동안 씨름대회ㆍ가요경연대회를 벌이면서 점심값등으로 1천만원을 썼고 가을에는 1천5백명 규모의 산행을 계획하는등 재벌의원의 「큰 스케일」을 과시하고 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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