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열하일기」로 학위받아/초대 주한 소 영사처장 “신상명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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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양서 한반도문제 다룬 한국통
17일 서울에 부임한 로엔그림 예피모비치 예레멘코 초대 주한 소련영사처장(60)은 35년간의 직업외교관 생활 대부분을 모스크바와 평양에서 한반도문제만 다뤄온 한반도통이다.
그는 53년 모스크바대에서 조선어과를 졸업한 뒤 중앙공산주의 청년동맹 조선어통역원으로 잠시 근무.
55년 3등서기관으로 처음 평양으로 부임하기 전 3년간은 동양학연구소에서 주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연구,60년에 외교관으로선 드물게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55년부터 71년까지 평양에서 3등ㆍ2등ㆍ1등서기관과 참사관을 지내 평양사투리가 섞여 있으나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한다.
예레멘코처장은 77년부터 5년간 오스트리아에서 근무한 이후 외무부 본부에서 조선과장,조선ㆍ몽골부부장,조선부부장,조선ㆍ한국부장 등을 역임했고 우리의 주소 영사처외교관들에게도 각별한 호의를 베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부임 첫 기자회견에서도 『한소 관계발전이 소­북한간의 기본관계에 악영향을 미쳐선 안될 것』이라고 못을 박는등 남북한 사이에 중립적 위치를 견지하고 있으며 부임하자마자 백화점부터 찾을 정도로 경제교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평.
그의 부임전 직급인 조선ㆍ한국부장은 우리 외무부과장과 부국장 사이로 특1급대사(차관급)인 공로명영사처장과는 직급상 격차가 있으나 그의 전문가적 능력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아직 모스크바에 있는 부인과의 사이에 출가한 딸이 한명 있으며 외손자가 두명.<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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