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전작권 전환 비판했다고 수사한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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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육군본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월간중앙'에 표명한 영관급 장교 5명의 색출 작업에 들어갔다. 대외 발표 시 사전 승인을 받게 돼 있는 군인복무규율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치졸한 대응이다.

장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통령이 전작권을 가져오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것은 좋으나, '시기'보다는 '여건'을 먼저 따져야 한다." "전작권 문제는 자주나 자존심이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전쟁이 나면 자존심이 절대적 가치인가." "전략정보는 100%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어떻게 몇 년 안에 자주국방이 가능하겠는가."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라고 본다.

이들의 지적은 이 정권이 취해온 전작권 전환 추진 방식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특히 군 밖은 물론 군 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 대목이 군 수뇌부로 하여금 전에 없이 과민한 반응을 보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옹졸한 처사일 뿐이다. '사전 승인'이라는 규정은 그동안 군 수뇌부의 입맛에 맛게 고무줄같이 적용돼 왔다. 2년 전 '월간중앙'에는 참여정부의 군에 대한 인식을 통렬히 비판한 현역 군인 9명의 주장이 실렸다. 그러나 이때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이번엔 이렇게 흥분한다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물론 군인이라면 관련 규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에 군사기밀은 하나도 없다. 단지 '이대로 가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충정에서 각자의 견해를 밝힌 것뿐이다. 제대로 된 군 수뇌부라면 오히려 경청해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다.

그럼에도 '범인을 색출하겠다'는 식의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약점'이 많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특히 군내 분란만 더욱 조장할 것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징계 운운하기에 앞서 군내 실무 장교들조차 설득하지 못한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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