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랜드로버 '도심을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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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 15일(현지 시간) 영국 버밍엄 워릭의 랜드로버 공장. 대형 랜드로버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공장 문을 지나자 곳곳에 포클레인을 동원한 라인 증설 작업이 한창이다. 안내를 맡은 주디스 메이든은 "도심 주행 능력을 강화한 프리랜더 생산라인"이라고 말했다.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자동차의 대명사 격인 랜드로버가 변신하고 있다. 온로드(포장도로) 쪽에도 시동을 걸었다. 그 주역이 바로 프리랜더다.

랜드로버 브랜드매니저인 스티브 모던은 "그동안 랜드로버는 오프로드 쪽에 강하다는 것이 너무 강조되면서 오히려 시장을 확대하는 데는 지장이 많았다"며 "랜드로버의 기술이 일반 도로 주행에도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한 모델이 프리랜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1~2년새 유럽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프리랜더의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워릭 공장은 8천명의 종업원이 프리랜더 등 랜드로버 5개 모델을 하루 3천여대 생산하고 있다.

온로드 기능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프리랜더의 오프라인 주행능력 역시 뛰어나다.

16일 맨체스터에 있는 '랜드로버 드라이빙 체험센터'-. 센터 내에 있는 40도 각도의 내리막길에서 차량 보조원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라고 강조했다. 한참을 주저하다 발을 떼자 프래랜더는 스스로 제동을 걸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운전자는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핸들만 조작하면 된다.

랜드로버의 자체 기술로 만든 내리막길주행장치(HDC:Hill Descent Control) 덕분이다. HDC는 기어를 저단으로 변속하고 기어 옆에 있는 HDC 버튼을 누르면 ABS브레이크가 자동 작동되며 시속 7Km의 속도를 유지하게 해준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일반 운전자도 쉽게 오프로드를 주행할 수 있다.

온.오프 복합 4륜자동차 프리랜더는 2000년 첫선을 보였다. 콤팩트한 디자인과 스타일로 고소득 젊은층에게 어필하면서 지난해 8만여대가 판매돼 랜드로버 매출 확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랜드로버는 최근 '2004년형 뉴 프리랜더'를 개발해 이 여세를 몰아갈 계획이다.

내년 1월 본격 판매될 뉴프리랜더는 기존 제품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랜드로버의 최고급 차량인 레인지로버의 프런트와 리어 램프를 도입했다. 또 차량 내부의 계기 및 스위치 배열을 개선해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3도어, 5도어 두가지 모델이 있는데 3도어의 경우 지붕을 오픈할 수도 있다. 뉴프리랜더의 한국 내 시판가는 5천만원대 초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 시장도 순항=랜드로버는 올 들어 9월까지 1백91대를 팔아 수입 디젤 SU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중 프리랜더가 93대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랜드로버코리아 손창규 대표는 "프리랜더는 일과 레저를 동시에 추구하는 젊은 고소득층으로부터 인기가 높아 매년 20~30%의 성장을 하고 있다"며 "뉴프리랜더가 가세하면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대표는 "연말까지 서초.양재.논현동에 정비센터를 구비한 3개 전시장을 오픈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영국 버밍엄=하지윤 기자

◇랜드로버=1946년 영국의 모리스 윌크스와 스펜스 윌크스가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인 4륜자동차를 만들면서 첫선을 보였다.'랜드로버가 달리는 곳이 곧 길이 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4륜자동차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성을 쌓았다. 50년대부터는 영국 여왕이 우방을 방문할 때 꼭 타고 다니는 수행차량으로 선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랜드로버는 영국 자동차 산업의 불황기인 94년 BMW에 매각되고, 2000년 다시 미국 포드로 넘어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포드의 전 세계적인 판매조직의 도움과 레저차에 대한 인기에 힘입어 과거의 영광을 서서히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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