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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모르면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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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S사는 최근 스위스에서 스노보드를 수입하며 기본세율이 종전처럼 8%인 줄 알고 이에 맞춰 관세를 신고했다. 그러나 스위스산 스노보드는 한.유럽 자유무역연합(EFTA) 사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상품이다. S사는 이런 규정을 잘 몰라 안 내도 될 관세를 낸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합성수지를 수입하는 P사는 한.싱가포르 FTA 발효 이전 수출업자로부터 싱가포르 상공회의소에서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받아 사용했다. 양국 FTA가 발효된 뒤에도 관행대로 상공회의소 원산지 증명서를 근거로 특혜관세를 적용받으려 했다. 하지만 새로 발효된 FTA에는 싱가포르 세관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사용하도록 돼 있었다. 결국 P사는 관세를 추징당했다.

관세청은 FTA 체결이 늘어나면서 무역업체가 특혜관세를 받지 못하거나, 원산지 기준을 어겨 관세를 추징당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에 FTA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칠레에서 냉동 홍어를 수입하는 C수산은 조정관세 적용 대상 품목으로 알고 27%의 관세를 냈다. 그러나 한.칠레 FTA 협정관세 적용 대상인 칠레산 홍어는 더 낮은 25.4%를 적용받을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 선박용 기계부품을 수입하는 D사는 수출업자에게 원산지 증명서를 받지 못하자 기본세율로 일단 통관했다. 2주 후 수출업자가 보낸 원산지 증명서를 근거로 특혜관세를 신청했으나 환급을 거부당했다. FTA 특혜대상 물품의 경우 법령상 수입신고 당시 수입신고서에 해당 물품이 특혜관세 적용 대상임을 표시해야만 관세를 되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원재료를 수입해 단순하게 제조.가공한 뒤 수입제한 규정을 피하거나 관세특혜를 적용받으려는 사례가 많아 제품에 실질적 변형을 가한 국가를 원산지로 판정하고 있다.

칠레 축산업자가 페루에서 어린 돼지를 수입해 1년간 사육한 다음 한국에 삼겹살을 수출했다면 한.칠레 FTA를 적용받을 수 없다. 한.칠레 FTA는 1개 국가에서 천연으로 생산된 물품에 대해서만 원산지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산 직물을 중국에서 수입해 재단과 봉제 공정을 거쳐 의류를 생산한 경우에는 중국이 원산지가 된다. 의류는 '봉제공정을 수행한 나라'를 원산지로 삼는다.

관세청 이철재 사무관은 "수입물품에 대해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협정관세 적용품목인지, 원산지 결정 기준은 무엇인지, 누구에게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지, 원산지 증명서 양식은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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