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그들의 성공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이런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가 역사성이다. 브랜드는 제품 생산의 노하우와 높은 지식력을 오랫동안 축적해야만 장수할 수 있다. 둘째는 글로벌 상품 기획력이다. 디자인의 힘, 품질, 제조 기술이 모두 좋아야 한다. 셋째는 브랜드 가치다. 일류 상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글로벌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마케팅력과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가 없으면 명품이 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인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 넷째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으로 대외적인 협상력을 높이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조직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곧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인재 운영도 양이 아닌 질 중심으로 길러져야 한다. 세계의 눈을 가진 인력을 발굴하거나 육성하면 우리의 명품 만들기 역사는 그만큼 단축될 것이다.

서정미 삼성패션연구소 팀장


구찌 코리아의 윌리엄 윤 사장(44.사진)은 한국 명품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내실 있는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고객의 로열티(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하면서 다음 세대의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역사와 철학을 강조하는 명품 브랜드의 특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윤 사장은 한국 명품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가늠하고 있을까.

"해외 여행자와 유학생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어 고객들의 구매 성향과 취향이 다양해지고 요구는 복잡해지고 있다"며 "(명품 업체들은) 첫 고객은 물론 차별화된 제품을 원하는 고객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명품은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그는 "아직 한국 경제가 발전 과정에 있어 불안정한 면이 남아 있는 까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론 한국이 좀 더 발전해 안정적이고 풍족한 사회로의 진입이 빨라질수록 명품 고객층도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명품 브랜드의 최고경영자가 생각하는 명품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그는 이런 대답을 내놨다. "역사나 장인정신, 끊임없는 디자인 혁신과 소재의 차별성을 추구하는 데서 찾을 수도 있지만 그와 함께 그 브랜드만의 뚜렷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특징은 쉽게 정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찌의 경우엔 '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꿈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희망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분에 넘치는 명품만을 선호한다는 '된장녀' 논란과 관련한 질문엔 "구찌 코리아의 최고경영자 입장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찌로 휘감은 사람을 보고 싶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개개인의 내적인 성숙함과 자신감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도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