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배구 김경희 명 세터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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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여자배구 세터 김경희(25·효성)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올림픽(8위)과 작년 11월 일본 월드컵대회에서 참패, 침체의 길을 걸어온 여자배구는 파이터 세터 김경희의 급부상으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여자배구는 최근 실시한 유럽전지훈련에서 김경희의 주도적 플레이로 쿠바·페루 등 세계 강호를 연파, 새로운 면모를 과시했다.
1m71㎝·60㎏. 배구선수로서는 작은 체격이지만 김은 특유의 트릭(속임수)토스와 파이팅으로 무장, 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난히 팔이 긴 왼손잡이여서 2단 공격도 가능, 세터로서 보기 드문 득점력까지 갖추고 있다.
김에 대한 일선감독들의 평은 칭찬일변도다.
이창호 대표팀 감독은 『김은 빠른 토스를 주무기로 하고 있어 속공을 위주로 하는 대표팀으로서는 꼭 필요한 선수』라고 했고 박승수 전 대표팀감독은 『김은 악바리 같은 승부근성으로 뭉쳐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경기를 침착하게 풀어 나간다』고 격찬했다.
또 박덕고 효성감독은 『속공과 시간차를 가미한 백토스는 상대 블로커를 쉽게 혼란에 빠뜨린다』며 『장신들과 싸울 때 김은 유독 돋보인다』고 했다.
김은 트릭토스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등록상표.
게다가 근성까지 겹쳐 별명 「깡순이」가 말하듯 타협할 줄 모르는 투지로 뭉쳐있다.
올 해로서 국가대표생활 7년째. 이미 고3(마산 제일고) 시절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이운임 임혜숙 등 선배 세터들의 그늘에 가려 그 동안 2진급에만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4월 대표팀 개편 때 주전 세터로 발탁, 오는 22일 개막되는 세계선수권대회(북경·상해·심양)에서 마침내 「세계무대에 정식데뷔」하는 주목의 활약을 펼치게 되었다.
마산 월포국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 제일여중 때까지 중앙 공격수로 활약하다 마산 제일여고 1학년 때 세터로 변신했다. 김을 주축으로 한 여자배구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8강과 북경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차지, 76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지 주목거리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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