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편성 막바지 조정작업 한창(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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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방위예산」싸고 줄다리기/청와대ㆍ당 교통정리 남아/“팽창예산”비판 일자 「지방양여세」 도입
내년도 예산편성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서서히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세입 28조8천5백억원에 본예산 27조5백억원,지방양여세 1조8천억원,본예산증가율 19.2%등이 기본 골격이다.
이승윤부총리는 이같은 내년도 예산편성 방침을 16일 노태우대통령에게 보고,대통령의 의중을 읽은뒤 당정협의등을 거치면서 하나하나 매듭을 지어나갈 계획이다.
기획원은 청와대보고가 끝나면 곧바로 민자당과 당정협의에 들어간다.
이 협의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숫자가 결정된다기보다 민자당이 추진하는 역점사업과 요구사항의 수용여부가 주로 논의된다.
당과 대충 협의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다시 계수조정작업을 벌인뒤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하게 된다. 그후 각부처 기획관리실장으로 구성된 예산자문회의(의장 예산실장)에서 마지막으로 한번더 관련부서의 입장을 듣고 국무회의를 거쳐 9월하순 정부안을 최종 확정한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같은 과정과 별도로 부총리는 각부처장관을 일일이 독대,장관이 꼭 반영시켜주길 원하는 사업을 듣는등 동료장관을 무마하는 설득작업도 편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올해도 기획원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도움을 구하고 있는 분야는 방위비ㆍ인건비ㆍ지방재정지원문제다. 이 3분야는 경직성 경비로 전체예산의 65%(90년)가 넘는다.
또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보상비ㆍ보호연금인상ㆍ대전무역박람회지원ㆍ추곡수매자금 등을 어떻게 해야할지가 큰 이슈다.
이에 따라 부총리는 예년처럼 16일 청와대보고때도 몇가지 대안을 갖고 올라가 대통령의 교통정리를 받으려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방위예산을 놓고 기획원과 국방부간에 상당한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다.
한미간에 맺은 합의각서에 따라 74년부터 82년까지 유지돼 오던 「방위예산의 GNP(국민총생산) 6%선 유지」원칙이 83년에 무너진후 방위비비중은 계속 감소해 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방예산이 GNP의 4.5%,전체예산의 30.4%선까지 낮아졌다.
방위예산의 경우 무기구입이나 유지ㆍ보수,사병훈련,의식주등 경직성경비가 3분의 2 이상되고 30% 정도가 인건비다. 따라서 군병력을 축소하지 않는한 예산을 깎기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방위비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직업군인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른 국방부의 20% 이상 예산증액요구에 기획원은 한반도 주변정세가 작년에 비해 나빠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대폭 늘리겠느냐며 한자리수 증액으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예전처럼 청와대중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92년까지 국영기업체의 90% 수준으로 공무원 급여를 올리겠다는 것이 대통령 공약사항인데 그러려면 두자리 숫자의 봉급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가뜩이나 물가가 불안한데 공무원이 봉급인상을 주도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부닥쳐 고민하고 있다. 공무원급여를 1% 올리려면 4백억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보상비도 1천억원이상 필요한데 상이용사들은 보훈연금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이다. 1인당 1만원 올려주려면 1백40억원이 추가로 더들어간다.
이밖에 대전무역박람회지원등 곳곳에서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린다.
그런가하면 사회간접시설확충도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을만큼 시급하다. 인천 앞바다에서는 화물선이 접안을 못해 10일이상 바다에서 하역작업을 기다리고 교통체증으로 인한 수송비부담은 경쟁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원은 이제까지와 같은 긴축재정편성 방침을 버리고 「세입내 세출」원칙은 지키되 거두는 세금은 모두 쓰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물가가 불안한데 팽창예산을 편성,인플레를 야기시키려한다」는 비난도 거세게 일고 있다.
또 92년 선거용 선심예산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따갑다.
기획원의 방침대로 내년도 세입을 모두 본예산에 반영할 경우 본예산증가율은 내년도 경상GNP증가율(추정치 12.9%)의 두배가 넘는 27.1%나 되기 때문이다.
「세입내 세출」이라 하더라도 대대적인 재정투자확대는 총수요팽창을 유발시켜 인플레를 야기시키기 쉽다. 이처럼 팽창예산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기획원은 지방양여세란 예산회계상의 편법을 동원,여론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지방양여세는 교육ㆍ전화세 등 국세를 거둬 곧바로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에 지원하는 특별회계이기 때문에 예산계정상 본예산에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1조8천억원이 본예산에서 지방양여세로 빠져 나감에 따라 내년도 본예산 증가율은 27.1%에서 19.2%로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 지방양여세 도입방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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