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첫 민간교류실현 주목|재야단체 선별방북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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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부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전민련 등 재야단체 방북 허용방침에 따라 과연 분단 이후 최초의 민간교류가 재야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4∼8일중 개별적으로 방북을 신청한 6만1천3백55명중에는 실향민 등 일반시민·취재진 외에도 전민련 등 범민족대회추진본부·민중당(가칭)·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기사연·전농·서총련 등 6개 재야·학생단체 등 모두 1천5백65명이 포함되어있다.
방북추진시리즈의 첫 번째 주체는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었다.
지난달 31일 사제단이 밝힌 방북계획은 ▲광복절이자 성모승천대축일인 8월 15일 평양 장충성당에서 북측의 조선 천주교인협회와 공동으로 통일염원미사를 갖고 ▲16일 북한 신자들과 함께 판문점으로 내려와 오후 2시 남한측 사제·신자들과 공동미사를 갖는다는 것.
사제단은 이를 위해 신부 l5명을 14일 판문점을 통해 방북 시키기로 했으며 이들은 1일 통일원에 방북 신청을 한데 이어 4∼8일 중 개별적인 방북신청을 끝냈다.
사제단은 11일 남북실무접촉이 무산되자 『13일 오전11시 3명씩의 남북대표가 다시 만나자』고 제안해 놓고 있다.
사제단에 이어 신교 측인 한국기독교사회운동연합(기사연) 산하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기독청년협의회(EYC)등 14개 단체는 13일 범민족대회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북해 14일 평양봉수교회에서 북측의 조선기독교도연맹과 남·북·해외 기독자 합동예배를 갖고 「한반도 평화·군 측과 통일을 위한 기독자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기사련측은 지도위원인 조용술 목사(70·기독교 대한복음교회 총 회장)를 단장으로 하는 20여명의 방북대표단을 구성해 방북 신청을 마쳤다.
기사련은 『아직까지 북측 반응이 없다』며 『우리의 방북계획은 천주교와 달리 범민족대회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니 만큼 대회가 성사되지 않으면 방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중당(가칭)도 3일 『이재오 사무처장 겸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13∼17일 대표단 30명을 방북 시켜 북측 정당과 통일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이들 대표단은 개별적인 방북 신청을 해놓았다.
범민족대회 남한측 추진본부는 8일 대표단 3백여 명이 개별적으로 신청을 접수시켰다.
이는 당국이 판문점 남측지역을 개방하지 않아 15일 판문점대회에 참석할 수 없을 경우 미리 13일이나 14일 민족 대 교류를 이용, 개성이나 평양을 통해 우회적으로 판문점 북측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민족 대 교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전대협은 조직차원의 방북신청은 하지 않고 대신 연세대·서강대·이대 등 서총련서부지구(의장 권오중 연대학생회장) 산하 1천여 명이 8일 방북신청을 했다. 학생들은 15∼17일 방북, 평양 김일성대 학생들과 통일염원 대동제를 가진다는 계획이다.
전국적인 농민운동조직인 전농(의장 권종대·55)은 권 의장을 포함, 2백여 명의 방북신청을 끝낸 후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권 의장 등 대표 1백여 명이 15∼17일 북한을 방문, 북의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측과 남북한 농업교류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농은 『남북이 농산물보완교류를 통해 외국생산물수입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방북취지를 설명했다.
이들 방북추진단체와 달리 백기완씨는 8일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방북의사를 밝히고도 방북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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