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에 외국학생이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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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 김영석 총장(가운데)이 중국·러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에게 유학 생활에 대해 조언해주고 있다. 장대석 기자

지방대학에 외국인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일부 학부는 절반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는가 하면 국제 과(科) 커플이 생겨나고 "해외에서 동창회를 열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려 외국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3~4년 새 크게 늘어=전주 우석대는 외국인 유학생이 2002년 70명에서 올해 355명으로 5배나 늘었다. 이 학교 유통통상학부의 경우 198명으로 전체 재학생(400명)의 절반에 가깝다.

포항 한동대는 전체 재학생 3200여 명 가운데 10% 가까운 300명이 중국을 비롯해 몽골.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학생들이다. 현재 700여 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재학 중인 충남 아산의 선문대는 앞으로 전체 정원(8500여 명)의 3분의 1가량을 해외 유학생들로 채울 계획이다.

외국인 학생은 3~4년 전부터 크게 늘고 있다. 고교 졸업생이 줄어 신입생 충원이 어렵고 편입학 등으로 수도권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가 골머리를 앓는 지방대학들이 외국 유학생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중국.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한류 붐도 한몫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외국인 학생은 2000년 6160명에서 2003년 1만2314명, 2005년 말 현재 2만2526명으로 늘어났다.

◆ 다양한 유치전략=각 대학들은 등록금 할인, 복수 학위제, 글로벌 기숙사 운영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대전 배재대는 566명의 외국인 학생들에게 학기당 5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해외자매 결연 대학 등 12곳에 한국어교육원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한국어.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등 유학 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우석대는 2004년 중국 산둥사범대와 합작으로 중국 현지에 '국제경제 통상대학'을 설립했다. 산둥대에서 2년, 우석대에서 2년을 공부할 경우 한.중 복수 학위를 주는 2+2 프로그램 등 두 대학의 재학경력을 모두 인정해 주고 있다. 중앙대도 올 초 산둥대와 3+2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산둥사범대에서 우석대로 유학 온 목리리(유통통상학부 3년)는 "미국.영국 등보다 학비가 싸면서도 선진 학문을 배울 수 있는데다 한국어를 배우면 졸업 후 취업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한국 유학을 택했다"고 말했다.

◆ 새로운 풍속도=외국인 학생의 증가는 캠퍼스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부산외국어대는 9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입학식을 따로 열었다. 우리나라와 학기가 다른 중국.러시아.베트남.일본 등에서 120명의 학생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캠퍼스에서 만나 결혼하는 국제 커플도 늘고 있다. 지난해 우석대에서는 헤이룽장성에서 온 여학생과 한국의 남학생이 결혼했으며 선문대에서는 중국.일본, 앙골라.일본 유학생 커플이 잇따라 탄생했다.

외국인 학생들은 때로는 내국인 학생과 경쟁심을 유발해 면학분위기를 끌어올리고 국제행사 때 해외 손님들을 위한 가이드.통역으로 나서기도 한다.

김영석 우석대 총장은 "외국인 유학생은 국내 신입생 감소로 인한 대학의 재정 악화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갈수록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을 잘 활용하면 해외에 나가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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