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북핵 포기, 국제공조가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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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3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핵우산을 통한 확장억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임을 약속했다. 1978년부터 매년 한국 방어에 대한 공약이 확고하다며 핵우산 제공을 약속해온 미국이 이번에는 확장억제를 추가한 것이다.

확장억제는 냉전시기 미국이 소련의 공격으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던 개념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 소련의 본토까지 공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동맹국에 대한 소련의 재래식 공격뿐 아니라 핵 공격의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억제해 왔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핵우산 개념을 많이 사용해 왔다. 한반도의 경우 핵우산은 북한의 남침 시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북한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억제해온 것이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서 이 두 개념을 합성해 사용한 이유는 이렇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가시화함에 따라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을 제고할 뿐 아니라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을 막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이 억지력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고, 미국은 핵우산과 확장억제를 합성한 용어를 약속했던 것이다. 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한국 국민과 전 세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이 합의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엄중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북한 핵무기의 사용은 미국의 엄청난 보복을 받게 될 것이므로 핵무기 사용을 포함해 남한을 공격할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다.

확장억제와 핵우산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가 무엇인지 너무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억지력은 군사적 측면의 조치뿐 아니라 한.미 간 국가이익의 공통성, 한.미동맹의 강도, 주한미군의 주둔, 한.미 상호 간의 신뢰 정도에 따라 영향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억지력은 비밀리에 광범위하게 적용되어야 그 효과가 있는 것이지 상대방에게 상세한 내용과 범위를 알리면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북한의 핵 개발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9.11 사태 이후 미국이 제시한 신핵전략과 맞춤형 억지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이 본토와 동맹국 보호를 위해 전 세계적 타격 능력,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이용한 적극적 방어, 핵 공격, 첨단 재래식 무기와 C41 시스템을 활용한 정밀 타격,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억지력만으로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하여 똑같은 접근 방법을 가지고 북한을 다룰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에 가해졌던 제재가 1년도 안 돼 흐지부지되었던 사실을 기억하고 이번 제재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결의안 1718호를 통과시켰고, 국제사회가 공조해 북한에 대해 외교적.경제적 제재에 나섰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수세에 처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유인하되 실질적으로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회담을 운영해 가야 할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게 하려면 한.미.중.일.러 5개국의 공조가 매우 긴요하다. 특히 북한에 경제적 지렛대를 가장 많이 가진 중국이 국제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 지름길이다. 우리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북한 지도부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한용섭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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