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한국대사관 신축 개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우리 손으로 지은 한국대사관(사진)이 중국 베이징(北京)에 들어섰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1일 차오양(朝陽)구 량마차오(亮馬橋) 제3대사관 구역 신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13일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도 했다. 1994년 560만 달러에 매입한 4800여 평의 대지 위에 2003년 8월부터 3200만 달러(약 300억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 단독 건물 3개 동을 완성했다.

이로써 91년 대표부 시절부터 14년간 이어진 셋방살이와 2004년 이후 2년 동안 계속된 헌집살이가 끝났다. 새 대사관의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토종 대사관이다. 설계와 시공 모두 국내 회사가 맡았다. 조달청이 입찰 공고부터 설계 및 시공사 선정, 현장 관리, 법률 자문 등 모든 업무를 후원했다. 덕분에 대사관 곳곳에 한국적 정취가 물씬 배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마당이다. 중국 내 대부분의 대사관은 겹겹이 둘러쳐진 담장 안에 통로가 있고, 그 바로 뒤에 청사가 들어선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새 한국대사관의 정문을 들어서면 너른 마당이 나오고, 검은 자갈이 깔린 연못이 펼쳐진다. 탁 트인 우리 식의 마당 개념인 셈이다.

새 대사관은 문화 대사관이기도 하다. 접견실 등 공공 장소는 물론 모든 집무실에도 품격 있는 그림이 내걸렸다. 모두 외교부 내 미술자문위원회가 각 방의 색상과 기능에 맞게 일일이 고른 작품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자문위원장이 직접 베이징에 와 각각의 그림이 걸려야 할 위치를 하나하나 지정해주고 돌아갔다. 특히 본관과 강당동 사이를 유리로 덮어 마련한 유리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곳에 설치된 형광색 철망 작품은 공기의 흐름과 햇빛의 변화에 따라 미세한 너울을 만들어낸다. 전통 색동 문양이 은은하게 공간을 메우는 것이다.

접대 기능을 강조한 점도 특징이다. 지금까지의 대사관은 외부 인사가 방문해도 마음 놓고 얘기를 나눌 공간이 없었다. 부득이한 경우 집무실에서 얘기를 나눠야 할 형편이었다.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 대사관에는 2개 근무동의 1층에 모두 5개의 접견실을 마련했다. 단체 참관인들을 위한 강당도 마련했다. 그 대신 집무실이 배치된 2층 이상은 절대 출입금지다.

보안도 최고 수준이다. 대사관 신축 실무를 담당한 전재천 총무참사관은 "보안 시스템은 1급 기밀 사안이라 자세히 얘기할 수 없다"며 "다만 현존하는 것 중 최첨단의 보안 시스템이 설치됐다"고 말했다. 기존 싼리툰(三里屯) 대사관 자리에는 새 대사 관저가 들어설 예정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