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대학 한국어과 '한류 3총사'가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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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학이 뭉치니 못 해낼 게 없네요."

국립 요르단대학의 한국어과 개설에 1등 공신 역할을 한 요르단 주재 신연성(52) 대사, 요르단대학 공일주(50) 교수, LG전자 이태영(46) 요르단 지사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동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이들은 최근 요르단 고등교육부가 요르단대학에 한국어과 개설을 공식 승인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더욱 바빠졌다.

내년 2월부터 한국어를 전공하는 아랍 학생 25~30명이 요르단 최고 대학에서 '가나다라'부터 익히며 한국을 배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7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졌다"며 세 사람은 손을 굳게 잡았다.

사실 요르단 정부와 대학 당국이 일본어과.중국어과에 앞서 한국어과를 먼저 정식 개설케 한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그동안 부단한 노력으로 요르단 정부와 학계를 감동시켰다.

한류 전파의 실마리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1999년부터 요르단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맡아온 공 교수가 풀었다. 수단 움두르만대학에서 아랍어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아랍인을 위한 한국어' 등 세 권의 교재를 펴냈다. 30명 정도였던 교양 한국어 수강생은 이 책이 나온 지난해부터 1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올 가을학기에 이 대학에서 일본어는 35명, 중국어는 15명이 수강하지만 한국어 강좌는 128명이 듣고 있다. 공 교수는 "한국학 학술대회를 열고 한국학회까지 만든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2005년 1월 부임한 이 지사장은 학과 개설을 위한 '실탄'을 제공했다.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해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지난해 12월 개설된 한국학센터에 학습 기자재를 지원했다. 매년 4명의 요르단대학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도 지급한다. 이 중 2명에겐 한국 연수 기회까지 주고 있다. 이 지사장은 "한국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도 전하고 알리는 것이 국가와 회사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요르단에 부임한 신 대사는 한국어과 개설에 '결정타'를 날렸다. 신 대사는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요르단대학에서 '한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정규과목인 '한국문화사'를 맡아 매주 학생과 교수들을 만났다. 중동 지역에서 대사가 대학 강좌를 직접 맡아 한국을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자 요르단대학과 정부의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한국영화주간을 마련해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문화부 장관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등 요르단 정계에 학과 개설의 필요성을 알렸다.

그 결과 요르단대학과 정부가 동아시아 3국 가운데 한국의 손을 들었다. 삼총사의 전방위 공세가 효과를 본 것이다.

요르단대학 무하마드 후나이티 총장은 "정부 차원은 물론이고 기업과 학계까지 집중적으로 필요성을 강조하는 바람에 고등교육부가 한국어과 개설 최우선권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 요르단=아라비아반도 북부에 위치한 아랍 국가. 아랍인 98%와 아르메니아인 1%로 구성돼 있고 아랍어가 공용어다. 압둘라 국왕이 통치하는 입헌 군주제이며 한국과는 1962년 수교했다. 인구는 560만 명이고 일인당 국민소득은 2362달러(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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