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차남 비자금 100억대 뭉칫돈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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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39)씨가 숨겨놓은 것으로 의심되는 1백억원대의 비자금이 대검 중수부에 의해 발견됐다.

검찰은 이 돈이 全전대통령이 추징을 피하기 위해 은닉해둔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적 중이어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全전대통령은 1997년 법원으로부터 2천2백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뒤 지금까지 3백14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대검 관계자는 27일 "현대 비자금사건과 관련해 자금 추적을 하던 중 명동 사채업자의 계좌에서 정체불명의 뭉칫돈 1백억원대를 찾아냈다"며 "이 돈이 全전대통령의 친지와 연관이 있다는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본지 확인 결과 이 친지는 재용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재용씨가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검찰은 또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재용씨가 이 자금을 차명계좌 등을 통해 보관해온 정황을 파악하고 자금 출처 등을 조사 중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 돈이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적 중이지만 아직 全전대통령과의 연관성이 드러나진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를 통해 이 돈이 全전대통령의 자금인 것으로 확인될 경우 全전대통령의 추징금으로 강제 환수될 것임이 유력하다.

검찰은 재용씨가 2000년 무렵 벤처기업으로 알려진 P사를 실소유했었던 정황을 포착, 이 자금이 P사 인수 등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재용씨가 비자금을 무기명 채권이나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의 형태로 세탁하며 관리한 의혹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재용씨의 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되는 사채업자 A씨 등을 불러 추궁한 끝에 이를 뒷받침할 관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는 미국과 일본에서 대학.대학원을 나온 뒤 99년 한때 국내 D증권사에 근무하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안.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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