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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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목포에는 바닷바람이 있기 때문에 예술적 기질이 있고 그 예술적 기질이 다방·식당은 물론 유달산 언덕배기의 헐어져 가는 집에도 화폭·난초·수석 한점씩 있게 합니다. 다도해로 둘러싸인 세계적 미항 목포, 그 풍광에 흘러 누구나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목포, 그러나 개발에서는 가장 낙후된 목포를 시로써 지켜보렵니다.』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에 머문 것을 제외하곤 줄곧 목포에 머물며 30여년 동안 목포 오거리와 유달산에서부터 문수포·보길도·함평 등 고향과 그 일원을 노래해 온 시인 명기환씨 (47·목포 문인 협회 회장)·이러한 명씨에게 원로시인 서정주씨가 『당신이 바로 목포다』며 「목포」를 호로 지어 주었으나 명씨는 예향으로 소문난 목포에서 자신이 「목포」를 곧바로 호로 갖는다는 것은 목포 예술의 자손심에 대한 손상이라며 사양, 나는 목포의 물결에 불과하다며 「목랑」을 호로 쓰고있다.
『목포여/시리디 시린 사랑이여/어금니 같이 깨물면/푸르름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아무리 엎질러도/청자빛 하늘/…/목포는/위태롭게 흔들리는 불빛/안타까운 몸짓으로/목마름으로/의미 깊은 봄을 준비하고 있다.』(「목포」중)
명씨에게 있어 목포는 향수병에 걸린 자들의 추억 속의 고향이 아니라 깨물어 볼 수 있는 구체성을 띠고 살아 있으면서도 「청자 빛 하늘」같이 영원성을 향하고 있다. 빼어난 서정적 인식으로 구체성과 영원성을 결합시키면서도 「위태롭게 흔들리는 불빛」「의미 깊은 봄」등 현실의식을 깊숙히 감추고 있는 것도 바로 향토를 지키고 있는데서 우러나온 시적 미덕일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더러우면서도 가장 비싼 물을 마시고 있는 곳이 목포입니다. 개발의 덕은 하나도 못보고 찌꺼기만 처리하고 있는 곳이 목포입니다. 「목포는 항구다」란 가요를 아무리 소리쳐 불러봐도 목포는 3대 항구 도시에서 이제 포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목포의 마지막 자존심은 바로 「예향」이라는 것입니다. 시인의 눈으로 본다면 이제 목포는 시인공화국, 나아가 예술 공화국이 되어야만 합니다.』
『목포항』 『명기환 시화첩』 『사랑을 여는 바람』등 세권의 시집을 내고 시화전·시낭송회 등을 통해 목포 시민들에게 시혼을 일깨우고있는 명씨는 목포 혜인여중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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