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도난 신고 '절반 가짜'

중앙일보

입력

한인들의 허위 차량도난 신고가 잇따라 경찰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리아타운 파출소에 따르면 매주 접수되는 차량 도난 신고는 평균 10여건에 이르지만 이중 절반 이상은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술에 취해 주차한 곳을 잊고 무턱대고 신고하기도 하고 주차위반으로 견인 당한 줄 모르고 도난 당했다며 경찰서를 찾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또 가출한 자녀를 찾기 위해 차량도난 신고를 악용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견인 모르고 신고

장모(여.44)씨는 19일 오전 파출소를 찾아와 전날밤 타운내 한 도로변에 주차해둔 차가 없어졌다며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 조회 결과 야간에는 주차가 허용되지 않는 곳에 주차하는 바람에 견인된 것이었다.

허위 신고중 가장 흔한 경우다. 실제로 이날 하루동안 4건의 도난신고중 2건이 견인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전날 술에 취해 주차한 장소를 잊어버렸다며 신고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아들 찾으려 도난 신고

LAPD 사우스웨스트 경찰서는 11일 오후 5시쯤 제퍼슨 스트리트와 후버 교차로에서 이모(26)씨를 차주 허가 없이 차량을 몬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이씨는 차량을 훔친 것이 아니었다. 이씨의 아버지가 연락이 끊어진 아들을 찾기 위해 도난 신고를 접수하는 바람에 절도범으로 오해를 받은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브라이언 헌 서전트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경찰을 이용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신고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체포된 용의자는 처벌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이밖에 주변인들의 차량 융자에 명의와 크레딧을 빌려준 뒤 페이먼트가 밀리자 도난 신고를 접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처벌 마땅치 않아 고민

허위신고로 행정력의 낭비 등 곤란을 겪고 있음에도 마땅히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경찰의 고민이다.

코리아타운 파출소의 유진 신 경관은 "신고자가 차주인 것만 확인되면 경찰 입장에서는 일단 도난 신고를 접수해야한다"며 "비록 고의적인 허위 신고라 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미주중앙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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