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TV 새 미니시리즈-월말께 선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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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KBS와 MBC는 각각 이색적인 미니시리즈를 준비, 드라마의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KBS-2TV의 『지구인』 후속 프로그램인 『우리가 사랑하는 죄인』과 MBC-TV 『어둔 하늘 어둔 새』 후속인 『춤추는 가얏고』는 다같이 제작진의 독특한 시도가 짙게 드러나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은 신부가 되고자하는 한 신학도 청년이 8·15해방과 분단을 겪으면서 자신의 꿈과 풋풋한 사랑이 좌절되는 아픔을 그린 작품으로 민족적 비극이 개인사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내용이다.
『우리가…』은 특히 제작진이 드라마 전면에 직접 나서 출연자들과 한데 어우러져 화제를 낳고 있다.
동명 소설의 원작자인 이동진씨는 현재 주일 한국 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극중에서도 참사관으로 직접 출연, 연기를 펼친다. 또 이 소설을 미니시리즈로 각색한 방송 작가 윤혁민씨는 고물상 주인으로 분해 고정역을 맡게 된다.
연출을 맡아 제작을 총지휘하고 있는 윤흥식 PD도 마치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처럼 단역으로 특별 출연할 예정으로 『우리가…』은 원작자·각색자·연출자가 모두 출연하는 묘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주제가 작곡을 KBS-FM 채치성 PD가 준비중에 있고 국악을 가요화시킨 주제가를 조용필이 부르게 된다는 것도 이채롭다. 구관조를 출연시켜 대사를 외게 한 것도 흥미 거리.
한편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 있는 가야금 등 국악의 전수 과정과 이에 얽힌 예술가들의 삶과 사당을 그린 『춤추는 가얏고』 도 소재부터가 새롭다.
『무현금』이란 소설을 각색한 이 미니시리즈는 원작자 박재희씨가 직접 출연자들에게 국악을 가르치고 드라마 전체 음악도 작곡해냈다.
6세 때부터 가야금 산조의 시조인 김창조의 수제자 서귀봉을 사사한 타고난 예술가인 주인공 이금화 역은 원숙한 경지의 연기자 고두심이 맡았다. 그녀의 아들 무영 (강인덕 분)과 아버지가 다른 딸 무희 (오연수 분)도 각각 장구·아쟁·가야금을 전수 받아 예술가의 피를 잇는다. 그러나 자본주의화돼 가는 현대 한국에서 이들 국악인의 삶은 순탄치 못하고 방탕함과 상업주의 등에 찢긴다.
미니시리즈 『마당 깊은 집』에서 독특한 연출 세계를 구축해 크게 주목받았던 장수봉 PD가 16부 전체를 동시 녹음으로 경기도 일영에서 현지 로케를 강행,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국악 예술인들의 독특한 한을 상징적 분위기에서 연출해내기 위해 로케 장소에 백합을 1백여송이나 심는 등 직접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미니시리즈는 KBS-2TV에서 22일, MBC-TV에서 27일부터 각각 방송될 예정이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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