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이 좋긴한데… 관절·요통 '요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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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를 훌쩍 넘기고도 건강을 자랑하는 박모(77·여)씨의 비법은 주말산행이다. 박 씨는 더위로 여름내 산행을 미루다 얼마전 다시 집을 나섰다. 그는 산행 초반 가벼운 발걸음으로 꽤나 빨리 산을 올랐다. 그러나 1시간여가 지나자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늘 다니던 길인데"라는 생각에 정상까지 무리해 올랐다. 하산길에 그는 발이 풀려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산을 내려온 그는 한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산행의 계절이 왔다. 빨갛게 타오르는 단풍은 어느 때보다도 등산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예비지식이 없는 무리한 산행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뜻하지 않은 관절염과 척추.허리통증의 악화가 산행철 경계대상 1호다.

◆척추·허리를 조심하자
= 일반적으로 등산은 허리에 좋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잘못하면 척추와 허리에 무리를 준다.

허리에 갑작스런 동작이나 과중한 무게가 실리면 근육이 찢기는 허리염좌나 심하면 허리디스크로까지 발전한다. 등산이 허리 주변의 근육을 튼튼히 해 요통을 예방하는 데는 좋은 운동이지만 척추 질환자들은 자칫 무리하다가는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평소에 멀쩡하던 사람이 등산하고 난 뒤 허리가 아프다면 십중팔구는 급성 요통 때문이다.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산에 오르다 허리가 삐끗하거나,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에는 근육이 쉽게 경직돼 조금만 자세를 잘못 잡아도 쉽게 허리를 다칠 수 있다.

산을 내려올 때는 더 주의해야 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려오느라 허리에 잔뜩 힘이 실려 근육이 긴장하고 오래 지속되면 요통을 유발할 수 있다.

장종호 목동 힘찬병원 척추센터 과장은 "등산 후 허리가 아프면 일단 집에서 찜질로 응급처치를 하되 열과 부기가 있다면 냉찜질을, 그냥 아프기만 하면 온찜질을 하는 게 좋다"며 "2~3일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되면 근육의 경직을 풀기 위한 주사처방이 필요하므로 속히 병원을 찾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관절을 보호하라
= 우리나라의 산에는 대부분 계단식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무릎 안쪽 덮개뼈의 연골이 상하기 쉽다. 덮개뼈 연골이 상하면 서서히 관절염이 도지기 시작한다.

무릎관절에 노화가 찾아 온 50대 이상의 중년이라면 특히 뼈연골 및 연골판 손상을 조심해야 한다. 연골판은 무릎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등산때처럼 무리하게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하면 연골판이 찢어지기 쉽다.

연골에 손상이 오면 갑자기 무릎에서 힘이 빠져 겉도는 듯 휘청거리거나 무릎이 꺾이는 느낌이 온다. 심해지면 걷기조차 어렵다.

정재훈 목동 힘찬병원 부원장은 "야트막한 동네 뒷산을 오르는 정도의 가벼운 등산은 관절염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험한 산을 오르거나 지속적으로 등산할 경우 관절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며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고 산행에 나서야 하며, 관절이 약한 경우 등산보다는 평지 걷기나 수영 등이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목동 힘찬병원 02-3219-9114 www.himchanhospital.com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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