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국가 개방폭 늘려 UR대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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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우루과이라운드(다자간 무역협상)에 대비해 무역자유화 조치로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호주국립대 앤드루 일레크 박사가 주장했다. 우루과이라운드의 세계 무역 자유화 촉진책에 동조하는 일레크 박사는 아-태 국가들의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적극적 태세를 갖출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레크 박사가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지에 기고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기구(APEC) 12개국의 장관들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실무회담을 갖고 지역 경제협력 증진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일본·캐나다·한국·호주·뉴질랜드 등 6개국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6개국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제 협력의 실무방안을 깊이 있게 모색함으로써 특히 아세안 6개국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아-태 경제협력 회의를 통해 아세안 6개국과 나머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의 실제적인 교역 확대 방안이 마련됐을 뿐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전 세계 국가와의 무역규모도 늘려갈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됐다.
60년 이후의 상대적 경제 수행 지표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치열한 국제 경쟁속에서도 자국의 비교우위를 교묘하게 이용, 국제시장에 파고든 국가들은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에만 의존한 국가들보다 훨씬 뛰어난 경제성장을 이룩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일본·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 등 서태평양 국가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최근 들어 아세안 국가들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임금 상승으로 약화된 경갱력을 생산성 향상으로 다시 끌어올리면서 집요하게 국제시장으로 파고들었다.
88년 말 동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원칙에 따라 다자간 개방 무역구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일본·한국·대만·인도네시아 등은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국내시장을 개방해놨다.
이중 일부는 외국의 압력을 받아 취해진 것이었으나 대부분의 경우 국내의 경제원리에 따라 시장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갔다.
보호무역주의는 고도성장을 질식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던 것이다.
이와 동시에 동아시아 국가들에 찾아온 것은 눈부신 경제성장에 대한 경쟁국들의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APEC국가의 상품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자 무역장벽이 점점 높아지게 된 것이다.
예컨대 섬유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쿼타제실시·자발적 수출규제 등이 그것이다.
APEC l2개국 장관들은 지난해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처음 모임을 갖고 각국의 다양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반원칙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APEC는 이 회담에서 아·태 국가들만의 배타적인 정체블록 형성을 지양하고 외부세계에 폭넓게 시장을 개방할 것을 결의했다.
이번 싱가포르회담의 핵심의제는 오는 12월에 타결될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대한 대책 마련이었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은 또한 아-태 지역의 경제정책 결정자들이 모여 동유럽 시장의 신규출현이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수반될 동유럽 재건 참여 요구를 논의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미국과 동아시아, 특히 미국과 일본사이의 무역 불균형에 대한 건설적인 시정방안도 곧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대만·홍콩 등 3개국의 신규가입 문제도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이들 3국은 APEC12개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갖고 있으며 경제규모도 만만찮은 수준에 올라있어 신규 가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APEC국가군의 경제규모는 전세계 시장의 46%, 세계무역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APEC국가가 보다 발전할 경우 세계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APEC는 EC와 적대관계를 무지하는 경제 공동치가 아니라 EC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 협력체로 자리잡아야 한다.
APEC국가들은 이번 UR협상 뿐 아니라 앞으로의 다자간 무역협상에서도 과감한 문호개방정책을 고수함으로서 세계 경제를 자유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열등한 부문을 보호하는데 드는 경비와 수고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자국경제를 보다 건실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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