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자궁경부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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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며칠 전 미국에 살고있는 옛 환자에게서 편지가 왔다. 아들과 함께 좋아하는 낚시질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안부편지였는데 그 여성을 처음 만난 것은 10여년 전 미국MD앤더슨 암 센터에서 근무할 때였다.
당시 그녀는 자기가 살던 시골에서 자궁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큰 도시의 암 센터로 달려왔던 것이다.
정밀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초기 암이었으므로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질식으로 자궁을 적출해 깨끗이 완쾌됐다. 그후로 그 여성은 자주 편지를 보내오곤 했는데 수많은 자궁 암 환자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이다.
여성에게 있어 자궁부위는 일정기간 동안 태아가 자라는 곳으로서 신체 중 가장 여성다운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두터운 근육 층으로 형성되었으며 속이 비어있는데 그중 질과 만나는 자궁경부에 특히 여러 가지 질환이 많이 생긴다. 그 대표적인 것에 자궁 경부염·자궁암 등이 있다.
자궁암검사를 하면 흔히 우리는 결과를 다섯 단계로 나눈다.
첫째는 정상적인 단계다. 둘째는 대체로 자궁 경부염, 셋째 형성 단계, 그리고 넷째, 다섯째가 자궁암의 단계다.
자궁 경부염은 질염처럼 박테리아라든지 바이러스·곰팡이 등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다. 또 용변을 보고 난후 비위생적인 처리방법 때문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휴지를 뒤에서 앞으로(항문에서 질 쪽으로) 닦지 말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증세는 질이 가렵고 냉이 심하며 통증이 따르기도 한다. 그리고 성생활 후 약간의 출혈이 있으며 심하면 불임까지도 간다.
염증이 심하면 전기 소작이나 냉동 치료법으로 조직을 파괴한 후 새로운 조직을 발육시키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이 형성이라는 것은 자궁암의 전 단계다. 정상적인 자궁경부의 상피세포가 비정상적인 세포로 대체되는 경우다. 이것도 역시 조직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데 전기소작 또는 냉동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할 경우 자궁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원추형 절개로 그 부위를 잘라 내거나 아니면 자궁 적출술을 해야 한다.
자궁암에도 두가지 단계가 있다. 하나는 암세포가 자궁 경부의 상피에서만 자라는 경우다. 이 단계에서 조기 발견하면 1백%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치료하지 않으면 몇 년 후 암세포가 상피를 뚫고 아래로 점점 자라게 되고 다른 장기에까지 번지게 된다. 치료 방법도 까다로워 방사선치료라든지 광범성 자궁 적출술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자궁암을 성병으로 인한 감염이라든지 어린 나이 때부터 성생활을 시작했을 경우 발병률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항상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박용균<고려대 의대교수·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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