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북한파견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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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ㆍ20선언」따라 승인 기대/범민족대회와 맞물려 성사 불투명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광복절의 평양 장충성당 미사를 위해 1일 통일원에 신부 15명의 방북을 정식으로 신청함으로써 곡절을 겪고있는 최근의 통일무드에 또다른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사제단의 방북 결정은 그 자체가 성사되든 안되든 양쪽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성사될 경우 분단이후 공식적으로 첫 민간교류가 되는 셈이고 그렇지못할 경우엔 우리측의 「7ㆍ20선언」과 북측의 올 1월 「남북 개방제의」 모두가 『역시 상투적인 제스처일 뿐이었다』는 안팎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제단측은 31일의 기자회견등을 통해 『정부가 방북을 허용치 않을 경우 스스로 7ㆍ20선언이 허구적인 선전용에 불과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
그러나 한편에선 억지와 일관성없는 태도로 모든 상황을 대남 비방과 대외 선전용으로 악용해온 북측의 태도를 들어 『정부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펴고있어 현단계에서 사제단의 방북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방북계획 배경=사제단의 신부 방북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에서 세계성체대회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9월말 사제단은 『대회에 초청된 북한신자들의 남한 방문에 대한 답례로 11월2일 평양에서 남북 공동미사를 올리겠다』며 신부15명을 10월31일 북한으로 보내겠다고 밝혔었다.
이번에 방북을 신청한 15명도 당시 인원 그대로다.
사제단은 또 지난해 6월6일 미국 유학중인 문신부가 북한을 방문,평양에서 북한신자들과 미사를 가진 것을 천주교 사제로서의 통일을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규정,매년 북한을 포함한 전국에서 「통일염원 미사」를 봉헌키로 올초 결정했었다.
이에따라 올해의 미사를 문신부와 임수경양의 귀환일이자 광복절이고 성모승천대축일인 8월15일로 정했으며 마침 전민련의 범민족대회및 정부측의 민족대교류기간과 일치하게 된 것.
◇행사일정=15일의 평양미사집전을 위해 신부 15명을 14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보내며 미사 다음날인 16일 북한신자들과 함께 판문점으로 내려와 오후 2시 남한측 사제ㆍ신자들과 공동미사를 갖는 2박3일의 방북 일정을 계획.
사제단은 이번 행사가 ▲통일운동의 대중적 차원에서의 접근 ▲남북간 자주적 민간교류 실현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통일논의에 대한 천주교사제측의 원칙 천명에 의미를 둔 것이라고 밝혔다.
◇전망=사제단의 이번 방북계획은 정부가 사실상 난색을 표한 전민련의 범민족대회와 별도로 추진되고 있는 데다 방북 일정과 성격이 7ㆍ20선언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어 앞으로의 정부측 대응이 크게 주목된다.
사제단측은 이번 방북이 우리 정부의 7ㆍ20선언과 『남북을 완전 개방하자』는 북한 김일성의 신년사,북한 조평통의 지난달 5일 판문점 북측 지역개방선포등 양쪽 당국이 약속한 기본원칙에 기초해 계획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쪽에 의해서도 거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
그러나 범민족대회가 「모든 계층의 왕래허용」을 주장하는 우리측과 「전민련만의 입북허용」을 고집하는 북측의 대립으로 무산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사제단에 대한 정부측의 방북허가는 기대하기 어려우리란 전망이다.
아무튼 정부가 북측에 범민족대회및 민족대교류 실현을 위한 실무접촉 제의를 해놓은 상태에서 『일단 교류의 물꼬를 트자』는 쪽과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각각 무성해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든 후유증이 클 것이 틀림없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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