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반사-자체 레이블 제작 눈 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국 음반 제작사의 레이블로 LP나 CD를 내놓는 한국 음악인들이 점차 늘고 있어 기대가 크다.
한국 음반 시장이 외국 음반 업체에 개방되면서 CBS·EMI·WEA 등 한국 음반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던 외국 유명 음반 업체들이 재계약을 거부하고 직접 한국 음반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주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음반 시장 완전 개방에 즈음한 매우 바람직한 대응 방안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성악가들의 가곡집 출반이 주류를 이루던 종래와는 달리 요즘엔 기악곡·독주곡 외에도 실내악과 교향악 분야까지 국내 음반사 레이블 제작이 확대되고 있다.
KBS교향악단 지휘자 금난새씨는 KBS교향악단의 연주 뿐 아니라, 자신이 이끄는 EMO (유러피안 마스터 오키스트라)의 순회 연주 실황을 이미 LP와 CD로 내놓았으며 최근 지휘하고 돌아온 소련 레닌그라드 심퍼니 및 레닌그라드필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연주를 서울 음반 레이블의 LP와 CD 및 카셋 테이프로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음반은 반응이 매우 좋아 최근 CD로도 제작됐고 독일 음반사가 라이선스계약을 제의해옴으로써 한국 클래식 음반계에 보기 드문 라이선스 수출 기록까지 세울 것으로 보인다.
금씨는 또 오는 9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협연할 유고의 자그레브필, 91년 체코 오페라단과 소련 레닌그라드 스테이트체임버 오키스트라를 각각 지휘한 뒤 그 연주 내용을 역시 서울 음 반레이블로 출반할 예정이다.
헝가리에서 부다페스트 심퍼니와 협연한 피아니스트 장혜원 교수 (이대)는 자신의 연주내용을 홍콩 레코드사와 서울 음반 레이블의 LP와CD로 동시 출반했다. 원경수씨의 지휘로 체코 오키스트라가 연주한 한국 민요집도 서울 음반에서 LP와 CD로 만들었다.
바이얼리니스트 최한원 교수 (이대)와 피아니스트 장혜원 교수가 함께 연주한 베토벤의 바이얼린 소나타 『봄』과 『크로이처』는 서울 음반이 본격적인 기획·출반을 위해 「칸타빌레」라는 자체 레이블로 선보인 첫 음반.
CD만 만드는 SKC도 정찬우 (바이얼린)·이종영 (첼로) 교수 등 국내 교수들의 독주곡집 외에 해외에서 활동중인 한동일씨 (피아노)와 데이비드 김 (바이얼린)의 독주곡집 및 한동일·배익환 (바이얼린) 듀오곡집 등도 출반했다. SKC는 바이얼리니스트 김민 교수 (서울대)가 이끄는 바로크 합주단의 실내악 연주도 이미 출반 했고 첼리스트 홍성은 교수 (단국대)의 독주곡집도 곧 내 놓는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 음반사의 움직임과 관련, 아직은 극복해야할 문제가 많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실황 녹음이 가능할 정도로 녹음 시설과 기술이 차츰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은 선진국 수준의 전문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또 오키스트라의 연주를 녹음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아직 없다.
서양의 명곡만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한국적인 창작곡 등으로 레퍼터리를 다양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VTR의 보급이 크게 늘고있는 추세를 감안, 뮤직 비디오테이프 제작에도 신경써야 한다. <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