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41% 우울증,자살 경험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심한 아토피 피부염 증상으로 우울증을 앓던 의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해 사회적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로 있는 이승준(가명, 27세)씨는 과다한 업무로 올 해에만 두 번째 감기에 걸렸다.

대학입학전 까지 심한 감기 한 번 앓아보지 않았던 이 씨지만 의대입학후 부터 지금까지 감기에 자주 걸리고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 씨는 “주위에서는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를 하고 있어서 마치 앞으로의 일들이 다 잘될 듯 말하지만 사실 의대 시절에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지금은 업무 과다로 스트레스가 나날이 쌓여가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의과생의 경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 다른 전공의 대학생과는 다르게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으며 6년을 다 마치고도 의사 국가고시를 봐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국시에 합격하지만 혹시라도 떨어질 때에는 1년을 다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압박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황.

얼마 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이훈진 교수가 ‘서울의대 연건캠퍼스 상담실’을 방문한 의대생 54명, 전공의 10여명을 포함한 77명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 41%가 우울증으로 찾아왔고 학습부진과 휴학, 자살위험 등의 후유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국시를 통과하더라도 병원 지원에 대한 스트레스와 전공 분야 선택에서 어떤 전공을 택할 지에 대한 스트레스도 계속 찾아온다.

전공의 과정만 보통 3년 이상 밟아야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과 맞는 전공을 찾아야 하고 앞으로 어떤 분야가 더욱 비전이 있을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흔히 인기 있는 전공을 선택할 때에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며 어렵게 그 과의 전공의로 선택되어진 다음에도 일부에서는 폭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4월 '의료현장 폭력추방 워크샵'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개원의와 전공의 1000명을 대상으로 폭력 및 폭언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폭언을 경험했고 10명 중 1명은 직접 폭행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공의들은 폭행을 가한 사람으로 4명 중 3명이 선배나 교수라고 응답했으며 폭행당한 횟수를 보면 2∼5회가 44.3%로 가장 많았고 10회 이상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전공의들은 가장 많이 겪는 스트레스로 수련환경의 어려움을 꼽았다.

2004년 ‘전공의노조 회원의식조사’ 결과, 수련환경의 적절성에 대한 설문에 응한 2281명 중 약 70%인 1604명이 부적절하다고 답했으며, 업무량의 과다정도에 대해서는 2412명의 응답자 중 73%인 1762명이 과다하다고 답했다.

급여 또한 예외가 아니었는데 2479명의 응답자 중에서 약 66%인 1652명이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2417명의 응답자 중에서 927명인 약 43%가 전공의가 노동자라고 답변했다.

더불어 국민건강수호연대가 2005년부터 전국의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료사고의 원인이 전공의들의 열악한 수련환경이며 곧 의료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 반드시 해결해야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조사에 응한 총 219명 전공의의 95%가 충분한 휴식 없이 행하는 무리한 의료행위가 의료사고에 직결된다고 답했다.

즉, 전공의 스스로도 충분한 휴식 없는 수련환경이 의료사고까지 직결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최근 전공의노조가 출범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관계자들은 “전공의들 뿐 아니라 의대생들이 겪는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안도 있어야하며 이미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겪은 선배들의 조언과 도움도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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