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2차전 연기 … '가을비 우산 속' 숨겨진 득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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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누구를 도울 것인가.

22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의 2006 PAVV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이 비로 연기됐다. 2차전은 23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경기가 순연되자 전날 1차전에서 4-0 완승을 거둔 삼성의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체력이 떨어진 한화를 홈에서 몰아붙여 연파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뜻밖의 휴식을 얻게 된 한화 선수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2001년과 비슷한 점이 있다. 당시 김응룡 감독이 이끌던 삼성은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3위를 했던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플레이오프에서는 현대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체력을 비축한 삼성이 기력을 소진하고 올라온 두산을 쉽게 꺾을 것으로 전망했다. 1차전에서 삼성은 이승엽의 홈런과 배영수의 구원역투를 묶어 두산을 7-4로 꺾었다. 두산은 기진맥진했고 투수진은 바닥이 나 보였다. 삼성이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끝낼 것 같다는 성급한 예상마저 나왔다. 그러나 2차전이 예정됐던 그해 10월 21일 대구에는 비가 쏟아졌고 경기는 하루 순연됐다. 달콤한 휴식을 취한 두산은 2차전에서 펄펄 날며 승리를 낚았고 여세를 몰아 3, 4차전마저 가져간 끝에 4승2패로 삼성을 제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당시 두산의 사령탑은 김인식 한화 감독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었다.

삼성은 21일 1차전에서 선발투수 배영수가 최고 구속 152㎞의 광속구를 뿌리며 6이닝을 산발 4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낸 데 힘입어 한화를 완파했다. 삼성은 3-0으로 리드를 잡은 7회부터 '필승 계투조'를 투입했다. 권오준이 1과3분의 2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지켜냈고 8회 2사 후부터 '돌부처' 오승환이 들어와 한화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정규레이스 막판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던 김한수.박한이.진갑용도 돌아와 맹타를 휘둘렀다.

반면 한화 선수들은 피곤함에 지친 모습이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8개의 홈런을 폭발시켰던 강타선은 삼성 투수의 빠른 공에 배트가 돌아가지 않았다. 1차전 선발로 나섰던 류현진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5회 말 자진 강판했다. 일러야 5차전 정도에 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하루 휴식은 팀 전력에 커다란 플러스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정대로 삼성은 브라운, 한화는 정민철을 다시 선발로 예고했다.

대구=성백유.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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