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요실금 수술만 건보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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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요실금 수술을 받은 주부 김모(43)씨는 400여만원을 벌었다. 검사비 등을 모두 합쳐 병원비는 100만원이 채 안 됐으나 김씨가 2000년 가입한 요실금 보험은 치료비로 500만원을 정액 지급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병원에서 '이쁜이 수술(질 수축 성형수술)'까지 함께 해준다며 요실금 수술을 권했다"며 "수술 시간은 15분 정도였고 다음날 바로 퇴원해 부담도 없었다"고 말했다.

요실금 수술이 급증하자 정부가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02년 연간 4680건이던 요실금 수술은 지난해 2만2000여 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부터는 요실금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까지 확대돼 수술 건수가 5만 건을 넘을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11월부터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의 수술비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22일 밝혔다.

◆ 수술 왜 늘었나=민간 보험사가 1998~2001년 판매한 여성 전용 건강보험이 근본 원인이다. 이 상품은 수술비보다 5~12배 많은 200만~500만원의 보험금을 준다. 보험에 가입한 여성은 240만 명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에선 질의 수축력을 높여주는 미용 성형수술을 하고 이를 요실금 수술을 한 것처럼 해 보험금을 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 경영난도 요실금 수술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하는 한 전문의는 "출산율 하락으로 요실금 수술과 질 성형 수술을 하지 않으면 병원 꾸려가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의원급 병원의 수술 건수는 2004년 2000여 건이었으나 올해는 2만여 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몇 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정책도 수술을 부채질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 보험 혜택을 확대하기 위한 일제 정비를 하면서 요실금 수술에 대한 혜택을 늘렸다. 그 결과 환자가 부담하는 수술비는 지난해 130만원에서 올해 40만원으로 줄었다. 지난달 충남 둔산경찰서는 요실금 수술을 하고 재료비를 과다 청구해 1억8000여만원을 챙긴 대전의 한 병원을 적발했다.

◆ 건보 적용 축소=복지부는 2002년 35억원이었던 요실금 관련 건강보험 지출이 이대로 가면 올해 47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부는 보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요도 괄약근 등의 활동성(요역동학)에 관한 검사 수치가 90 이하인 경우에만 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수치가 이보다 높으면 수술비를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문제의 민간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여성들까지 부담이 늘어난다.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다 보면 개별 환자의 특성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인석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장은 "의학 교과서를 근거로 건보 적용 기준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 요실금=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소변이 나오는 증상. 재채기를 하거나 물건을 들다가도 소변을 지린다. 방광이 제멋대로 수축해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보이는 유형도 있다. 출산 이후에 주로 생기며 가벼운 증상까지 포함하면 중년 여성의 40%가량이 요실금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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