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에 날려보낸 '장애인' 편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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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삑. "

'2003 한.일 아이스슬레지하키(썰매하키.Ice Sledge Hockey) 친선경기'가 열린 지난 25일 오후 7시 경기도 성남 제2종합운동장 아이스하키 전용 링크장.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빙판을 가르는 썰매 소리가 링크에 울렸다. 'KOREA'가 새겨진 붉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왼손에 쥔 스틱으로는 썰매를, 오른쪽 스틱으로는 퍽을 몰아나간다. 일본 선수들의 태클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골문을 향해 매끄럽게 접근한다.

스케이트 대신 양날 썰매를 타고 움직이는 것만 제외하면 실내 스포츠 가운데 가장 빠르고 격렬하다는 아이스하키 경기와 다름없다.

썰매하키는 소아마비.지체장애 등으로 하반신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아이스하키의 역동성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캐나다.미국.노르웨이 등에서는 최고의 장애인 스포츠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사고를 당해 척수장애인이 된 고(故)이성근 감독이 1998년 팀을 창단했다. 지난 2월에는 회원 50여명의 한국아이스슬레지하키협회(초대 회장 박창일 세브란스 재활병원장)가 창립됐다.

여건은 아직 열악하다. 연세대 재활병원과 복지진흥회 등에서 기본 장비와 약간의 훈련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선수 대부분이 자비를 들여 연습하고 있다. 감독.코치 모두 자원봉사자이고, 연습할 시간은 주말 세시간뿐이다.

그래도 선수들은 즐겁다. 이날 안간힘을 다했으나 일본 팀에 0-5로 패한 한국팀 김승구(38)선수는 "2년 전에는 0-13으로 졌는데 점수차를 많이 줄였다"며 "곧 일본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협회 이종형 부회장은 "스포츠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장애인을 세상으로 끌어내는 수단"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아이스슬레지하키를 즐길 수 있도록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nadi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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