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경험 살린 부업으로 "최고"|유아용품 전문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적게 낳아 잘 기르자』는 추세가 일반화되면서 『보다 잘 입히고 잘 먹이자』는 부모들의 욕구를 그대로 반영해 붐을 이룬 것이 유아용품 전문점이다.
신생아에서 9세까지의 어린이에게 필요한 고급 의류에서 우유병·신발·보행기·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모두 갖춰놓은 유아용품점이 80년대 중반 들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소득 수준 향상, 소비 성향의 증대, 부모 자신이 어릴 때 잘 먹고 잘 입지 못한데 대한 보상심리 등이 작용한 탓』이라고 유아용품 공급업체인 아가방의 김성한 대리 (기획실)는 분석한다.
서울 신촌 네거리에서 4년 전부터 베비라 신촌 전문점을 경영하고 있는 임금순씨 (39·서울 마포구 노고산동)는 『요즘은 자녀를 하나 또는 둘만 낳기 때문에, 유명 메이커의 고급제품을 찾게 되고 출산 준비물을 구입한 곳에서 계속 유아용품을 구입해 한번 거래한 손님이 몇년간은 단골로 찾아오게 마련』이라며 『세월이 갈수록 손님이 늘게 된다』고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아용품 (장난감 제외) 시장 규모는 연간 5천억원 정도.
베비라·아가방·압소바 등 3개 사가 시장의 75%정도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시장에서 약 20개 업체가 치열한 자리 다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아용품 전문점의 규모는 보통 10평 안팎. 서울에 이미 1백18개의 전문 체인점을 내고 있는 베비라의 경우 체인점을 내려면 10평 기준에 보증금 8백만원, 처음 인도하는 상품 대금 1천만원, 인테리어 비용 (평당 1백만원) 등 최소한 2천8백만원을 들여야한다.
점포의 자릿세는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임씨의 경우 점포가 신촌네 거리 대로변에 택시·버스 정류장, 지하철 입구 등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8평 규모 점포를 빌려쓰는데 권리금 1천7백만원, 보증금 5백만원, 월세 50만원을 들이고 있다는 것.
임씨는 종업원 1명 (월 인건비 30만원 정도)과 함께 하루 평균 50만∼1백만원의 매출액(월매출액 1천5백만∼3천만원)을 올려 적게는 3백만원, 많을 때는 6백만원까지의 월 순수입을 얻고 있다.
유아용품의 평균 마진율은 25∼30% 정도.
근무 시간은 대개 오전 9시부터 밤 9시30분까지인데 하루 30∼40명의 고객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지 않고 하루종일 꾸준히 들어온다는 것이다.
서울에 85개, 전국에 3백30개의 점포를 둔 아가방의 여의도 체인점을 10년째 경영하는 이진화씨 (52)는 『출산에서 육아에 이르는 모든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물건도 예쁘고 아기자기해 여성 사업으로는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사업체의 98%이상이 여성에 의해 경영되고 있으며 부부가 함께 경영하는 곳도 20%에 달한다고 베비라 본사 중앙 지역 담당 김우연씨 (영업 2과)는 말한다.
유아용품점의 위치로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20평 내외의 아파트 단지: 시장이나 산부인과·소아과 등을 끼고있는 지역, 교통의 요충지 등이 제격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지역의 경우 점포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특히 유명 3개 사의 점포 개설은 매우 어렵고 기존의 점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김씨는 말한다.
따라서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라든가 지방에 점포를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
유아용품 공급 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본사 차원에서 귀염둥이 선발 대회 등 각종 어린이 대회나 아이디어 콘테스트 개최·육아용 비디오 테이프 대여·육아 책자 발송 등을 해주고있다.
임금순씨는 유아용품점을 하다보면 『육아에 박사가 되다시피 해야한다』며 『손님이 물어보는 각종 어린이 관계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해야되고 채 갖추어지지 않은 물건을 손님이 찾을 때는 본사에 달려가 물건을 갖다 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진화씨는 『오는 손님의 아이에 대한 정보를 잘 기억했다가 다시 들를 때 그에 맞는 물건을 추진하는 것이 고객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씨는『하루종일 가게에 묶여 있어 가정 일을 병행하기 힘들고 제대로 물건을 선별하지 못하면 재고가 쌓이고 반품이 안 돼 돈이 묶이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말한다.
이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골 관리를 위해 1년 내내 쉬는 날이 없도록 운영하고 있으나 그에 따라 피곤할 때가 많다』고 덧붙인다. <고혜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