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재 전권장악… 대권도전 포석/의원직사퇴속 열린 평민 전당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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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임투표 고집… 「후퇴론」일축/「지역당」벗을 완전 야 통합 의문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경 투쟁의 와중에서 열린 27일의 평민당 제1차 정기전당대회는 범야권통합추진을 확인하고 이를 명분으로 김대중총재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93년 대권고지를 향한 포석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대회는 평민ㆍ민주ㆍ재야 통추회의 3자통합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강력한 야권통합의지를 보이면서 이를 통해 이날 재신임을 받은 김대중총재에게 일체의 권한을 집중시킨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다섯차례나 연기돼 온 끝에 열린 대회는 신임투표를 통해 김총재를 재추대했으며 부총재 지명권과 모든 당직의 임면권을 부여,당체제를 김총재의 손에 몰아주었다.
총재경합자가 없던 만큼 무투표당선이 뻔한데도 김총재 본인이 최소한 신임투표라도 할 것을 강력히 희망,자신에게 쏠리는 세대교체론ㆍ2선후퇴론을 눌러 자신의 위상을 보다 강화하려고 했다.
사실 이날 전당대회는 김대중총재의 대권재도전 선언의식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는 총재취임사에서 △야권통합 △부통령제 개헌 △2선후퇴불가론을 폄으로써 대권고지를 향한 그의 복안을 내보였다.
김총재는 날치기 통과 법안의 무효투쟁등 대여공세를 취하면서 그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부통령제 개헌안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항간에는 이기택 민주당총재에게 부통령배분 밀약을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이 개헌안을 제기하면서 김총재는 △부통령이 실질적 권한을 갖는 것이며 △특히 지역성 타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거듭 역설하고 있다.
이는 대민주당과의 통합교섭을 원활히 하는 동시에 대통령제 고수를 통해 여권의 내각제 개헌을 봉쇄하겠다는 2중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총재는 이와 함께 자신의 2선후퇴를 단호히 거부,대권에 대한 재도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이미 야권에서 그 자신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비공식적으로 여러차례 강조해 왔으며 거여에 대한 단일야권이 형성될 경우 거여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후보자임을 내세워 왔다.
따라서 이날 그의 2선후퇴 거부는 그에 대한 강력한 후퇴여론의 역풍 때문에 대권도전 선언이 성급하고 시기상조라고 보고 장차 대권재도전 의사표시의 중간단계로 내놓은 것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김총재의 이같은 대권 재도전 시사는 현재의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야권통합이라는 명분의 뒷받침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때문에 김총재는 야권통합의 의지를 강조하고 그 실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재야와 함께 그의 야권통합을 밀어줘야 할 민주당이 통합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어 김총재의 의도대로 「완전한 야권통합」이 아닌 「부분통합」으로 그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과정에서도 보인 김총재의 지모와 교묘한 방책이 민주당을 사실상 와해시킬지 모르나 전면흡수는 어려운 사정이다.
김총재의 지지기반 편향성 때문에 김총재가 야권의 완전한 재통일을 이루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럴 경우 김총재를 중심한 통합은 여전히 지역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며 그가 야권의 대표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그에게 향해지는 세대교체론은 여전히 강력할 것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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