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삐딱하게 커 버린 피터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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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원한 소년' 피터팬이 돌아왔다. 슈퍼맨도 돌아왔고 배트맨도 돌아왔지만 피터팬이 돌아온 사연은 남다르다.

'피터팬'의 원작자인 제임스 M 배리는 죽기 전 영국의 한 아동병원에 작품의 모든 저작권을 기부했다. 그 후 100여 년. 피터팬은 많은 책과 영화,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면서 수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켰다. 2004년 이 병원은 '피터팬이 준 즐거움을 되살리고 더 많은 아이를 돕기 위해' 속편을 쓸 작가를 찾기 시작했고 전세계에서 모인 200여 명의 작가를 제치고 선택된 것이 바로 이 책을 쓴 매커린이다.

20년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른이 된 아이들은 네버랜드의 악몽에 시달린다. 네버랜드에 닥친 위험을 직감한 웬디는 '어른 아이'들과 함께 피터팬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꿈의 나라 네버랜드는 이미 황폐해졌고 후크가 남긴 옷을 입은 피터팬은 점점 오만하고 권위적인 어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죽은 줄 알았던 후크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피터팬의 상상력을 도둑질하고 날 수 있는 능력도 빼앗아 버린다. 새로운 모험 속에서 주인공들은 때로는 아이의 순수함으로 때로는 어른의 지혜로움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위기를 헤쳐나간다.

작가는 예전 작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상상력 풍부한 모험의 세계를 아기자기하게 엮어냈다. 개성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만 꿈을 잃어버린 후크의 절규는 어른들의 마음을 흔드는 고백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전히 친구들과 자유, 모험으로 가득찬 네버랜드로 데려다 줄 피터팬을 꿈꾼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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