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월감 대 일 경제력/악화길 걷는 양국 국민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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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학교ㆍ골프장서 일인 수난… 반일 상품광고까지/일본 젊은이들 “미래의 적 1호는 미국”의견
미국에 사는 일본인들이 곳곳에서 미국인들로부터 수모를 당하는가 하면 미기업들은 판촉전략으로 일본을 직접 공격,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있어 두 나라 국민감정이 점차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내 일본인들은 자기들끼리 뭉치며 미국인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등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학교ㆍ음식점ㆍ골프장 등에서 최근 일본인들의 불안은 눈에 띌 정도로 심각하다. 일본에서 미국인들이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보도는 없지만 일본 젊은이들의 가상적 1호는 미국임을 여러 여론조사들은 말해주고 있다.
미 일 두 나라 국민들의 적대감은 그동안 미국이 일본에 가졌던 우월적 지위의 상실에 따른 좌절감과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기 원하는 일본인들의 자존심 회복의식이 서로 상승 작용을 해 발전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의 엄청난 대미무역 흑자와 무역마찰,자동차를 비롯한 주요산업의 일본우위현상,일본인들의 무절제한 미부동산 구입,미국의 대일 군사보호와 미국채판매의 대일의존,저개발국 지원에서 일본의 기여 및 발언권 증대,전후세대의 등장 등이 2차대전의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두 나라 국민감정을 미묘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 국민감정은 최근 미국인들의 일본인 기피현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주에서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 웨체스터 카운티 학교들은 미국학부모들이 자식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인들은 골프장에서도 수모를 당하기 일쑤다.
지나가는 미국인들로부터 「잽스」(Japs)라는 멸시조의 말을 자주 듣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급격히 늘어난 일본인 골퍼들로 골프장 예의가 없어지고 골프장 예약조차 힘들어졌음을 불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미국인경영 골프장보다는 점차 늘어나는 일본인경영 골프장을 즐겨 찾아 스스로 고립되어 가고 있다.
장애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한 일본계 미국여성은 장애자 전용주차장에 주차하는 미국인이 정말 장애자인지 확인하려다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는 모욕을 당했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5년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경험이라고 일본인들은 말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대일 적대감은 미기업광고주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 경쟁력을 잃고 시장을 잠식당한 기업들엔 호재인 것이다.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는 두달전부터 아이아코카회장이 직접 등장,일제와 자사차를 비교하며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
최근엔 GM의 폰티악과 올스모빌 자동차 중개업자들이 자체광고로 일본을 직접공격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대미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세 이하 일본 젊은이들은 미래의 가상 적으로 소련이나 북한보다 미국을 더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일간에 발전되고 있는 적대감은 경제관계에서 출발,민족감정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이것이 정치적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경우 두 나라간 긴장의 골은 메울 수 없게 될지 모른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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