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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정치」장내로 흡수/대야협상 당정 「청남대 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자제ㆍ보안법 등 협상방안 마련/문 열고 기다리며 대화수순 모색
야당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서 제출로 정국의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자당은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민자당의 김영삼대표와 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은 24일 노태우대통령의 여름집무실인 청남대에서 회동,야당의 공격거리로 대두한 내각제 개헌 문제에 관해 연내에는 더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목소리를 조율하고 지자제ㆍ보안법 등은 야당의견을 상당폭 수용키로 함으로써 대야유화론을 바탕으로 협상방안을 밝혔다.
김영삼대표는 청남대 회동이 끝난뒤 『지자제는 반드시 실시해야 하며 시기와 방법을 놓고 여러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해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여권 수뇌부에서 이처럼 지자제와 보안법ㆍ안기부법 등 안보관계법의 전향적 개정 의사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미 대야협상방안이 확정됐으며 이젠 협상의 시기만 노리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날 청남대회의가 내각제에 대한 이견조정,남북문제나 경제문제에 치중된 것도 구체방안이 이미 서있기 때문.
지난주초 당 3역간에 △지자제 정당추천제 허용ㆍ광역의회만 선거 △보안법 대체입법 등에 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경목소리를 내고 있는 평민당이 그토록 집착하는 지자제의 정당공천제를 받아들이고 보안법을 민주질서수호법으로 대체입법하자는 주장을 수용하면 야당도 무리한 총선주장 하나만으로 장외투쟁을 벌일 명분이 없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자당으로서는 평민당의 투쟁쟁점을 흐려 대국민설득력을 약화시키면서 한편으로 언젠가 대세가 국회해산­총선보다는 협상쪽으로 밀려갈때 평민당이 협상에 응할 수 있는 명분을 줌으로써 정치를 거리에서 장내로 끌어들이려는 2중포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제문제에 관한한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입장은 완고하다고 할 만큼 확고하고 따라서 지자제의 매듭을 풀지않고는 정국도 풀어나갈 수 없다는 점을 민자당에서도 잘 알고 있다.
날치기통과 하루전인 지난 13일 밤 김윤환 정무장관이 동교동을 방문했을때도 김총재는 『지자제를 수용않겠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며 여야협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무렵 찾아간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문전박대 당했다는 후문이다.
민자당은 따라서 그동안 기피해온 지자제의 정당공천제와 의원선거운동을 허용하되 시ㆍ도 등 광역자치단체에 한해 내년 상반기중 실시하는 쪽으로 거의 확정한 상태다.
보안법의 대체입법문제는 그동안 군부와 월남민,우익진영 등에서 강도높게 반발해 왔고 특히 김종필 최고위원등은 수구세력이란 비난까지 감수하면서도 유난스레 이법에 집착해왔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에 엄청난 변화의 회오리가 일고 있어 공화계를 중심으로한 민자당내 보수세력도 한걸음 후퇴하게 된 것이다.
또 그동안 야당과의 비공식 접촉이 있었고 김용환 정책의장의 말처럼 평민당이 내놓은 민주질서수호법도 죄형에 있어서는 민자당의 개정방향과 상당히 근접해 있다는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4일 여권수뇌부의 청남대회동에서 노대통령이 야당의 국회해산,조기총선 주장이 국익과 민생안정에 저해되는 것이라고 못박아 총선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날치기통과된 법안중 쟁점화되고 있는 방송관계법과 광주보상법의 후속조치 마련을 지시,야당의 날치기통과법안의 원상복귀 주장도 사실상 거부했다.
민자당으로서는 평민당 김총재가 법안의 상임위 상정까지 막아 날치기통과를 유도,국회를 수라장으로 만들겠다는게 당초 전략이었던 만큼 이런 부당한 국회운영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민자당은 이제 오히려 야권통합의 가부가 빨리 판가름나야 야권이 그 다음의 순서로 장내로 복귀할 수 있다고 보고 야권통합의 추이를 보고있다.
김영삼대표는 『야권통합이 이뤄져 양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박준병 총장은 『빨리 통합되면 3당통합에 대한 시비도 없어질 것이고 창구도 일원화돼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야권통합이 성사되는 경우에 대비한 의견조정까지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여당으로서는 김종필 최고위원의 주장대로 『기다리는 정치』로 평민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지자제ㆍ보안법 등의 평민당안을 수용,협상의 길을 열어두자는 의도다.
민자당은 이처럼 유화제스처를 보여나가면 최근의 남북관계 상황변화나 정국불안을 혐오하는 여론들과 복합적으로 얽혀 장외로 나가려는 야당의 발목을 잡아 장내로 떼밀어넣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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