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 「정비」시급(자본시장 개방­이대로 좋은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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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호막”벗고 「외압」소화 해내야
국내에 몰려들고 있는 외국증권사들은 우리의 자본시장을 열어젖히려하고 있는 「외압」의 일부 첨병들이다.
그들 뒤에는 우리에게는 외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세계경제질서속의 거대한 흐름이 있다.
재무부는 EC(유럽공동체)통합에 대비해 국내금융기관들이 현지법인형식의 적극적인 EC 진출도 서둘러야 하지만 이보다 더욱 급한 것은 93년이후 본격화될 EC의 금융시장개방압력에 대비,국내 금융시장을 정비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올연말을 시한으로해 세계무역의 새로운 질서를 논의하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면 자본ㆍ금융시장을 포함한 서비스분야에의 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게 밀어닥칠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압력」이지만 EC통합이나 UR협상은 어쩔 수 없는 세계경제의 「흐름」이고 우리도 그 흐름을 타야만한다.
따라서 그 흐름을 가능한한 소화해가면서 미처 소화시키기 힘든 부문은 협상을 하고 협상으로도 안되는 부문은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88년 말에 발표한 자본시장개방 일정은 바로 이같은 흐름을 타기위한 우리 나름대로의 노력의 첫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때만 해도 우리정부에 대고 개방일정을 내놓으란 식의 구체적인 압력은 없었다.
당시 재무부의 한 당국자는 92년 1월1일 이후 외국인의 직접증권투자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을 두고 『먹을것 없는 시장에 들어오려면 들어오라는 것』이라는 자못 자신만만한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벌써 국내외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한마디로 지금과 같은 국내의 금융ㆍ증권ㆍ외환시장을 그대로 끌고 가는한 92년에 가서 우리는 지점설립 요건은 물론 종목당ㆍ1인당 및 외국인 전체의 총액투자한도를 극히 제한하는 「명목상의 자본자유화」카드를 뽑을 수밖에 없고 이경우 최근의 국제경제질서재편과 관련,거센 외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택수 재무부 외환정책과장은 우리보다는 한결 국제 여건이 좋았던 과거 일본의 예를 들며 자본자유화의 일정이 얼마나 긴 시간과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는 과정인지를 강조한다.
『60년대 중반부터 자본자유화를 시작한 일본이지만 자본자유화의 최종 핵심인 달러의 엔 전환은 철저히 막아오다가 84년부터야 비로소 조금씩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동경 역외금융시장을 열게 된 것도 기본적으로는 달러의 엔 전환을 가능한한 허용치 않으면서 외국자본과 일본자본이 놀터를 만들어주자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대목도 바로 달러의 원 전환과 관련해 통화관리 방식ㆍ금리 결정방식을 선진화하는 것,결국 국내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개방과정은 쉽게 말해 국내의 통화사정이나 금리ㆍ환율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연결고리를 철저히 끊어놓은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11개 기업이 4억달러 규모의 해외증권을 발행했지만 이는 모두 외국에서 쓰기위한 것이었지 원화로 바꿔 국내에서 쓰기 위한 돈은 한푼도 허용되지 않았다.
또 우리 기업의 해외증권을 샀던 외국인이 이를 국내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긴 했으나 그 주식을 판돈으로 다시 주식투자를 하거나 팔고 나갈수는 있어도 새로 돈을 들여다 다른 주식을 사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이들이 국내 금리나 주가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92년부터 제한적이나마 외국인의 직접증권투자를 허용한다는 것은 바로 국내의 금리ㆍ환율ㆍ주가등에 대한 현재와 같은 「보호막」이 부분적으로 걷혀간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행정지도」를 축으로 하는 현재의 금융정책에서 외국인이 이같은 「지도」대상이 될수도,될리도 없으며 외국자본의 유입은 그대로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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