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틀」깨뜨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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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시조의 교육, 신인배출, 내용과 형식 등 현대시조 전반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60, 70, 80년대 등단한 시조시인 24명으로 구성된「오늘의 시조학회」는 최근 경기도 이천에서「현대시조의 당면문제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가졌다.
발제 강연을 맡은 박시교 씨는『주제의 확산, 소재의 다양성, 시어의 현실학, 사설시조의 본격적 창작 등 80년대 들어 시조에 몇 가지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과거 지향적 내지는 전통시 보전이라는 망령에 젖어있는 상당수 시조시인들이 현대시조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판에 박힌 상의 전개, 한결같은 자수의 배열, 공허한 억지 감동의 강요, 죽은 언어의 나열 등 시조의 형식을 내용의 구속으로 착각한 시조들이 버젓이 현대시조로 행세하고 교육되고 등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토론에 참석한 유재영씨는『80년대 폭압적 상황에 시조는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반문하며『음풍농월이나 일삼고 시대정신 및 정서에 뒤떨어져 시조단은 이제 문학일선에서 물러나 우수한 후배 발굴도 못해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김원각씨는 『몇몇 원로나 중진 등에게 아부해야 등단할 수 있는 시조단 풍토가 문제』라며『작품을 통해서가 아니라 처세를 통해 대가가 되는 이런 썩은 풍토를 깨지 못하면 시조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엽씨는『제대로 된 시조논리서 하나 없는 상태에서 형식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문제』라며『시조가 이 시대 문학이 되게 하기 위해선 시조에 대한 이론적 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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