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티맥스소프트 IBM도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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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동연 기자]

쉰 살의 나이에 독신으로 살면서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기업인이 있다. 소프트웨어업체 티맥스소프트의 창업자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박대연(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다. 그는 월.수요일 강의 시간 외엔 티맥스소프트 연구개발센터(경기도 분당)에서 보낸다. 박 교수는 "자고 먹는 일 이외엔 연구에 몰두한다"며 "기술에 미쳐야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이끄는 티맥스소프트는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응용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미들웨어 소프트 분야의 강자다. 지난해엔 IBM 등을 제치고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젠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참이다.

사진=신동연 기자

1956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박 교수는 집안이 어려워 사환 일을 하면서 야간 중학교(광주 동성중)와 야간 고등학교(광주상고)를 나왔다. 75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전산실에서 일하며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다 32살 때 미남가주대(USC)로 유학을 갔다. 8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아 96년 귀국해 외국어대 제어계측과에서 후진을 양성하던 그는 이듬해 6월 5명의 직원으로 티맥스소프트를 세웠다.

당시 다른 업체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한 것과 달리, 그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 공략을 목표로 삼았다. 처음 개발한 서버용 미들웨어 '티맥스'를 99년 말 국방부에 납품한 데 이어 2000년 웹 기반의 미들웨어 '제우스'를 내놓으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외국산보다 가격은 싸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내자 시장 점유율은 차츰 올라갔다. 2004년 신한은행에 이어 지난해엔 SK텔레콤의 차세대 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 소프트웨어 팩키지(프레임웍)를 공급했다. 올해도 농협의 차세대 시스템 사업을 수주했다. 모두 쟁쟁한 외국 기업들을 물리치고 따낸 성과다. 이 같은 저력은 연구개발에서 나온다. 티맥스소프트의 연구원 수는 350명. 전직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연구원이 너무 급속히 늘다 보니 두 동의 건물마저 모자라 얼마 전 주변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매출액의 20%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CEO는 사양=박 교수는 회사 주식 절반 이상을 가진 대주주지만 회사 대표이사(CEO)를 맡은 적이 없다.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경영은 내가 아니라도 잘할 사람이 많다"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연구개발"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기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에겐 휴일이 없다. 얼마 전 추석 연휴 때도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했다. 서울대.KAIST.포항공대 출신의 석.박사 연구원이 즐비하지만 그의 눈에 차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는 "아이디어만 믿고 창업하면 한번은 반짝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역전된다"며 "기술로 1위에 올라서야 아무리 돈이 많은 기업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미를 느껴야 최고가 된다=그는 기술 1위 달성은 사람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소프트웨어는 개발자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제품을 내는 게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늘 연구원에게 '재미있게 일하라'고 주문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게임하듯 하라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다 보니 다른 것에 눈 돌릴 틈이 없어 아직 미혼이란다. 수 년 전부터 맞선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데이터베이스관리와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다른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술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이다. 티맥스소프트는 내년에 미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열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다. 미 증시인 나스닥에 상장도 추진한다. "미들웨어 분야 기술은 이미 세계 1위 수준에 이른 만큼 이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만 남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이 좋아 밤낮없이 매달리는 소수 정예 인력만 있다면 세계 1위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국내엔 이런 인재가 너무 부족하다"며 "미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같은 소수 정예를 키울 공과대학을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글=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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