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스님들「불교개혁」한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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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불교계에 개혁을 외치는 영향력 있는 젊은 스님들의 모임이 태동되어 앞으로의 활동과 관련, 교단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교조계종 중앙 종회 의원인 소장승려 11명은 그동안 서울 구룡사(주지 정우 스님)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갖고 오는 8월8일 종회 의원을 중심으로 한「불이 회」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이 둘은「불이 회」의 창립목적이 ▲청정비구 승 단을 확립하기 위한 새로운 종 풍 진작 ▲종단의 포교·교육·행정·사회봉사를 체계화·현대화하는 연구·노력 등 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장승려 들은「불이 회」가 그동안 흔히 있어 왔던 소장들의「힘 과시」를 위한 일시적인 모임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조계종 단의 현 상황이 불교본래의 청정함을 되찾고 제도에 일대개혁을 이루지 않고는 민족사에 뿌리박은 종교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신 풍을 불어넣고 제도를 바꿀 대안을 제시하는 참신한 집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불이 회」회원들은 그들의 노력이 보수세력에 의해 좌초될 때 종 회 의원이나 주지자리에서 물러날 자세로 일을 추진해 나가고 문중의 결정이 따라야 했던 구습에서도 과감히 탈피하겠다는 각오를 비치고 있다.
청정비구승 단을 이루어야겠다는 소장스님들의 움직임은 경우에 따라서는 종단에 일대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 불교는 일제의 영향으로 비구의 전통이 무너진 아픔이 있었고 광복 후 개혁적 조치에 의해 비구종단인 조계종이 주류가 되었다. 초기의 혼란을 거쳐 40여 년이 된 지금 비구종단은 확립되었으나 아직도 과거 잔재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하기 어렵다. 또 혼란의 와중에 승려자질문제도 생겼다.
이같은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도덕적으로라도 거취를 밝혀야 할 사람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불이 회」를 추진하고 있는 한 스님은『환부가 피부에 약을 발라 치유될 수 있을 정도인지 그냥 두어서는 팔다리를 잘라 내어야 할 정도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면서『긴 안목으로 조계 종단을 살려 나가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종단행정개혁을 위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대적 포교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교육·사회사업 등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중앙 종 회에서 사업을 확정하여 총무원이 추진할 수 있도록 대안을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또 총무원의 실무진에 전문적 소양을 가진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하여 총무원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무원이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으로 되어 있는 것을 개선하여 포교·교육·행정·규정 등의 부분에 부원장제도를 두고 그들이 권한을 위임받아 전결해 나가는 민주화를 이루는 것도 목표의 하나다.
「진리가 원래 둘이 아니다」라는 불교적 의미를 담은 「불이」의 뜻을 오늘의 한국불교에서「부처님 당시의 청정비구 승 단으로 돌아가지 않는 승 단은 있을 수 없다」는「불이」로 생각하고 소장스님들이 뭉쳐지자 종단지도층은 그들의 참뜻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 오늘의 종단현실이 전국승려대회를 열어 급진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실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불이 회」는 그러나『전국승려대회와 같은 급진적인 방법은 택하지 않겠으며 그 같은 주장을 하는 스님들을 회원에서 제외시키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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