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해법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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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정부보조금의 지원을 중단키로 18일 방침을 정했다. 또 내금강 관광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 추가 분양을 포함한 대북 신규사업의 승인을 모두 동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조금 규모가 연간 30억~50억원 수준에 불과한 데다, 7월 미사일 발사로 어차피 추진이 어려운 개성공단 분양 확대 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제재를 요구해 온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이날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심각하게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이상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실질적 조치를 취할 대상은 금강산 관광"이라며 "현대가 추진 중인 관광사업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면서도 제재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관광보조금 중단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보조금은 교사.학생의 북한 체험학습과 이산가족 등의 관광비용 보조 명목으로 이뤄져 왔으며 2002년 4월 이후 9만2000여 명에게 294억4000만원이 지급됐다. 예산은 모두 국민 세금인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했다.

금강산 관광에 대해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도 "수정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대북 제재와 관련한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송 실장은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에서"정부는 남북 경협이나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을 중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운용 방식이 유엔 안보리 결의나 국제사회 요구와 조화되고 부합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조정.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조금 중단과 더불어 정부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현지 시설공사나 자금 투입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2004년 9월 관광객 편의를 위해 27억2000만원을 들여 관광도로 20여㎞를 포장한 바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우리 업체와 경협사업을 해 온 북한 측 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작업에도 착수했다. 당국자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량살상무기(WMD)관련 기업으로 지목했거나 앞으로 유엔 제재위가 리스트에 올릴 북한 업체와 거래했는지, 또 북한 군부와의 관련성을 집중해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대북 제재 구상을 19일 방한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설명하고 미.일과의 조율을 거쳐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당국자는 "2차 핵실험 감행 여부와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대북조치 범위.대상 결정이 변수가 되겠지만 다음달 15일까지 유엔에 이행조치를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종.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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