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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공제확대는 단견/세제개편 방향을 보고… 곽태원 서울시립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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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저소득자 혜택 없고 고소득자만 유리
금년의 세제개편이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세제의 대폭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이유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ㆍ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우리 재정은 이제 국민소득수준과 사회의 발전단계에 걸맞는 모습으로 변형돼가야 한다. 반드시 선진국들처럼 할 필요는 없지만 재정이 다양한 의미의 사회개발수요를 총족시키는 기능을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확대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가 세제개혁방향에 주는 함의는 우리의 세제가 좀더 그 본연의 기능,즉 충분하고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하는 일에 충실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다른 시급한 요구는 당면한 경제적ㆍ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세제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하게 분출되는 사회적 욕구를 무마하고 기업활동의 위축요인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세제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여러가지 형태의 감세,각종 유인의 제공등을 의미한다.
이 두가지 방향을 동시에 만족스럽게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서로 조화시키면서 보다 합리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개편추진방향은 후자인 단기적 목표에 너무 치우친 인상을 준다.
특히 소득종류간 세부담 형평의 제고라는 명분아래 거론되고 있는 각종 공제의 확대는 중기적 시각에서 보면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것이다. 무책임하다는 것은 정부가 주장하는 형평,혹은 약자보호라는 명분이 그야말로 명분에서 끝나고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호를 받아야할 대부분의 저소득 계층은 과세대상에 들지 않기 때문에 세제를 통해서 전혀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중 특히 더 도움이 필요한 계층은 재정지출의 적극적 확대를 통해서 지원되어야 하는데 소득세의 세율을 낮추고 감면을 늘리면 재정전체의 소득재분배기능은 그 형해마저도 없어지게 될는지 모른다.
또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는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이 은연중에 경제활동에 대한 매우 편향된 이념을 체화시키려하는 것이라는데 있다. 우리사회에는 근로자 못지않게 혹은 그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땀흘리는 많은 사업자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국민이며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부분을 받쳐주고 있다.
이들이 떳떳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세금을 내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제도와 행정을 고쳐가는 노력이 앞서지 않고 일괄해서 「일반적 탈세자들」로 매도하고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은 앞으로의 정상적인 국가사회 발전에 커다란 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계세율의 인하와 함께 다양한 비과세ㆍ감면은 과감하게 축소,정비되어야 한다. 근로소득에 대한 감면을 더 이상 확대하는 것은 고소득 근로자들에게만 큰 혜택을 준다. 특정직종의 근로자들이 누리고 있는 각종 특혜적 감면도 차제에 과감히 정비되어야 한다. 물론 이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사업소득자ㆍ자산소득자의 소득을 제대로 포착해서 과세하기 위한 행정적ㆍ제도적 조치들이다
이러한 소득에 대한 필요경비 인정대상이나 한도도 철저하게 재검토,정리되어야한다. 책상의 한쪽 다리가 짧다고 다른 다리를 자르기 시작하면 이 악순환은 결국 다리가 모두 없어져야 끝날지 모른다.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높이고 세금우대저축의 한도를 넓혀주는 것은 실명제유보에 대한 유효한 보완수단이다. 우대한도를 넓히고 세율도 정부안보다 좀더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도소득세 감면은 원칙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ㆍ증여세도 제도내의 여러가지 불합리하고 무리한 부분이나 맹점이 보완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액상속자의 신고내용ㆍ공사에 의한 압력은 너무 안일한 발상이다.
고액상속자들은 불법적으로 재산을 숨겨서 탈세하는 것이 아니고 제도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합리적으로 피세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것을 막는 노력이 더 진지하게 경주되어야 한다.
기업의 변칙적 자본거래에 대한 과세강화는 때늦은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확대는 기존의 복잡한 지원체계를 정리ㆍ재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몇가지 유인의 추가론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고 판단된다. 이미 다양한 지원과 이들을 정책효과면에서 무기력하게하는 종합한도제가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지면에서 여러 쟁점들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으나 끝으로 한마디만 첨언한다.
개편안을 확정하기 전에는 방향만을 제시하고 주요쟁점을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자세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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